윌 리플리를 비롯한 CNN 풍계리 취재단이 22일 북한 원산으로 가는 고려항공을 탑승하기위해 베이징공항으로 도착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한형기자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하는 외신기자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고려항공기로 원산에 도착했다.
AP 등 외신은 이날 오후 1시쯤 미국과 영국,러시아,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이 원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풍계리 취재 참석 언론사는 미국 매체인 AP, CNN·CBS 방송, 인터넷 매체인 Vice,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 뉴스, 러시아 타스 통신, 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 중국 신화통신과 CCTV 등이다.
북한은 기상조건 등을 감안해 23일부터 25일 사이 길주군 풍계리 핵설험장에서 폐기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은 폐기에 앞서 주요 갱도 입구에 폭발물들을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자들의 참관을 위해 전망대를 세운 모습도 위성에 포착됐다.
북한은 유엔안보리 회원국인 이들 4개국 언론 외에도 초청 대상이었던 남측 언론인들에게는 끝내 비자발급을 거부했다.
방송과 통신 등 우리측 기자단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북측의 입국 승인을 기다렸으나 북측은 우리측 통지문 수령을 거부해버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 취재단의 오늘 방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기자단의 방북은 거부했지만 외신기자단을 수용한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직접 약속한 핵실험장 폐기 약속은 꼭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일단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약속'이고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먼저 판을 깨지 않겠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들 수는 있지만 이 시점에서 북미관계까지 '위기'로 몰아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특히 23일 새벽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배려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곧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되면 냉기류가 흐르는 북미간 대화도 다시 정상궤도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남북관계 회복은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북을 겨냥한 전쟁소동이 계속된다면 북미대화에
서 진전이 이뤄져도 남북관계가 저절로 해소되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의식' 취재를 위한 외신기자단 수송을 위해 원산과 길주를 잇는 철로를 보수하고 열차 시험운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에서 길주까지는 270여㎞의 철도가 놓여 있다.
이 구간의 철로는 건설한지 오래돼 열차 속력은 최대 시속 40여㎞에 불과하다. 열차가 최대속력으로 달려도 낡은 구간이 워낙 많아 원산에서 길주까지 7시간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외신기자단을 위해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했다.
외신기자단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한 직후, 숙소인 원산으로 다시 돌아와 폭파 장면 등을 송고할 계획이다.
북한 방송은 "함경북도 지방에는 23일에는 약간의 비가 예상되지만 24일과 25일에는 대체로 갠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