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의회 지도자들에게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는 등 민감한 사안은 피해가면서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영국 BBC 방송 등은 저커버그의 22일(현지시간) 증언 때문에 유럽의회 지도부가 당혹해 하면서 화가 났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저커버그의 증언은 의회 지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일부 의원들은 저커버그가 질문을 피해 다녔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데이미언 콜린스 영국 의회 디지털 문화 미디어·스포츠 위원회 의장은 "저커버그는 질문의 요지에 답하지 않은 채 답변을 '체리-픽'(cherry-pick,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선거를 도운 영국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유럽 고객 270만명을 포함해 페이스북 이용자 8천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해명했다.
그는 오프닝 연설에서 "선거에 외국세력이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개발자들이 이용자 정보를 오용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은 실수였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어진 민감한 질문과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설명만 반복하며 유럽의회 지도부의 기대만큼 시원하게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저커버그는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졌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독점 기업인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의 데이터도 수집돼야 하는지, 디지털 괴물을 발명한 천재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에 대한 답도 피해갔다.
FT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은 독점이 아니라는 취지 속에 각국의 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해나가겠다는 약속만 거듭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의회에서는 "저커버그는 어느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나중에 문서로 작성한 답변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저커버그가 이날 질문을 피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증언 구성 방식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저커버그를 추궁한 지난 4월 11일 미국 의회 청문회 때와 달리 이날에는 질문이 모두 제시된 후 저커버그가 답을 시작했다.
질문은 많았지만, 답변 시간은 22분에 그쳤다. 저커버그로서는 질문을 골라서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측은 BBC에 "이 같은 질의·응답 형태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 안토니우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컨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