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에 붙어있는 대자보 (사진=김미성 기자)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지역 대학가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배재대 연극영화과 재학생들과 교수들은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폐과 통보에 "일방적인 조치"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반면 대학 측은 "폐과가 아닌 입학정지가 정식명칭"이라며 "재학생들은 연극영화과로 졸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4일 배재대와 배재대 연극영화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학제개편위원회에서 연극영화과의 입학 정지가 결정된 뒤 교무위원회에 최종 보고됐다.
배재대는 학과 평가 결과에 따라 3년 연속 점수가 낮은 연극영화과의 폐과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들과 교수들은 "형평성과 절차의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 건물에는 연극영화과에서 붙인 대자보가 붙어있다.
"당신들의 과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시작한 대자보에는 "나는 4살 된 연극영화"라며 "태어났을 땐 공연영상, 몇 년 뒤 문화예술콘텐츠, 지금은 연극영화"라고 설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어 "명칭이 바뀌면서 전공은 세분됐고 원하는 수업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이러한 원인은 재학생 충원율을 저조하게 만들었고 폐과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쓰여있다.
또 "졸업은 시켜주겠단 게 원인을 제공한 학교의 마지막 말"이라며 "단체작업인 영화제작 및 연극을 필수로 하는 우리 학과는 후배를 받지 못해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 이야기(폐과)는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었지만, 학교는 18학번을 받았고, 입학한 뒤 2개월이란 시간 동안 묵인했다"며 "사기 입학"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재학생들은 폐과 철회에 대한 서명 운동과 피켓을 들고 호소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연극영화과 학회장은 "우리 과처럼 3년 연속 점수가 낮은 타 과는 1년 유예나 자구안을 받아들여 과를 변경했는데 우리는 왜 폐과가 돼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연극영화학과 조태준 교수 역시 "구조조정이 되면서 일관된 정책과 원칙, 절차 등이 지켜졌는지 의문"이라며 "과연 이러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경쟁력 강화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협의라는 것은 절차가 있는데 자구안 등을 제안하면 피드백이 없었다"며 "피드백을 토대로 다음 단계가 진행돼야 이견을 조정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들은 기본역량진단에서 60% 안에 들지 못할 경우 입학정원 감축과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되게 된다.
대학 측의 학과 구조조정 바람은 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에 포함된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등 각종 지표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재대 측은 "정치언론안보는 경찰소방으로 학제 자체를 개편해서 아예 다른 과가 됐고, 영어영문학과도 자구안을 마련해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연극영화과는 자구안 내놓은 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입학정지 수순을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교협에서 인정하는 학제개편은 아예 학과를 바꿔버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제개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학생들의 목소리가 빠진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