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가계소득 증가폭이 4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1분위(하위 20%) 소득이 크게 낮아지고 5분위(상위 20%)는 크게 올라 격차도 '역대급'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6만 3천원으로 일년전보다 3.7% 증가했다. 2014년 1분기의 5.0% 이후 16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실질소득 역시 2.4% 늘어 2분기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근로소득은 명목 6.1%, 실질 4.7% 등 21분기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가계소득을 키워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정 부분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반적인 거시상황을 보면 1분기에 1.1% 성장한 건 청신호"라며 "올해 3% 성장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분배'다. 특히 소득 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사상 처음 월평균 1천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로 늘어난 반면, 하위 20%는 128만 6700원으로 일년새 8.0%나 감소했다.
차하위 계층인 2분위(하위 20~40%) 가계의 명목소득도 일년새 4.0% 줄어든 272만 2600원을 기록,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이러다보니 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5배를 기록, 일년전의 5.35배에서 0.60이나 올랐다. 역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소득 증가'의 결실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나눠지지 않는 까닭은 과연 뭘까. 당국은 일단 '이례적인 상황'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통계청 김정란 복지통계과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퇴직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되면서 1분위 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 해고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김 과장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모든 분위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 특정 분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도규상 경제정책국장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1분위 소득 감소는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데다, 무직·일용직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 국장은 특히 "가구주 가운데 70대 이상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추정해보기에 30% 중반대에서 40% 초반대로 큰 폭이 뛰었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70대 이상 인구가 1분위에 대폭 유입되면서 영향을 줬고, 급속한 고령화는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2015년 1분기만 해도 9.4%였지만, 2016년 1분기엔 10%, 지난해 1분기엔 11.5%, 올 1분기엔 12.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득1분위 가구 가운데 70세 이상 비중은 2015년 1분기에 29.1%였지만, 2016년 1분기엔 33.4%, 지난해 1분기엔 36.7%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엔 43.2%로 일년새 6.5%p나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2015년만 해도 13.1%였지만, 오는 2060년엔 40.1%로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또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이 급증한 데도 '이례적 변수'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도 국장은 "지난해 기업들의 단기순익이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했다"며 "1분기 대기업들의 특별급여 지급으로 5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특별급여나 상여금이 1분기에 30% 가까이 급증했고, 이는 지난해 이익이 대폭 개선되면서 법인세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 흐름이다.
통계청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상용직 특별급여는 지난해보다 28.7% 증가했다. '과학기술서비스업'이 지난해보다 43%나 늘었고, '협회단체·수리및기타개인서비스업'은 42.8%, '제조업'은 39.9%, '운수업'도 28.7%나 됐다.
도 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일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분들은 판단하기 다소 이른 측면이 있다"며 "좀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다만 "도소매, 숙박·음식업 쪽의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전부터 과당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으로 취약성을 갖고 있고 경기적인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 국장은 특히 "소득 분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1~2분위의 소득여건 개선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선 일자리 추경 등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뿐더러, 그마저도 없다면 그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질 거란 얘기다.
김 부총리는 "중요한 건 여러 분야가 골고루 성장에 기여하고 모든 국민이 과실을 누릴 수 있도록 골고루 분배되는 질높은 성장"이라며, 이같은 정책 목표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