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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배경과 전망은?



미국/중남미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배경과 전망은?

    • 2018-05-25 08:22

    트럼프, 북한 비난성명 문제 삼아 "이 시점에 회담 부적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규제완화 법안 서명식을 가진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사진=C-Span 영상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회담을 취소하면서, 회담 취소 결정의 배경과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공개서한 형식의 회담 취소 통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은 24일(현지시간) 오전 9시 40분쯤,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안보팀 수뇌부들을 불러서 해당 내용을 논의했고, 그 직후에 공개 서한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애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로 시작하는 서한 내용은 매우 정중하고 김 위원장을 예우하는 문장으로 돼 있다.

    첫 문장에는 "6월 12일로 예정됐던 우리가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근에 벌어진 협상과 논의에서 할애한 귀하의 시간과 인내, 노력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슬프게도 최근의 귀측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해 보자면 저는 이 시점에서는 오랫동안 계획됐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며 회담 취소 의사를 통보했다.

    또 "귀하께서는 귀측의 핵 역량을 말하고 있으나 우리의 핵 역량은 너무 거대하고 강력해 저는 신께 절대로 그것들이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이례적으로 핵과 관련한 발언을 내놔, 북한의 기를 꺾어놓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공개서한을 통해 "언젠가 귀하와 만날 날을 무척 고대하고 있다"면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지체말고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직 완전히 회담을 접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사진=백악관 제공)

     

    ◇ 왜 회담 취소 통보 했나?

    회담 취소의 직접적 이유는 공개서한 내용에서 밝힌 대로 '최근에 북한이 발표한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개심'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성명은 전날인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발표한 것인데 이것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배경 설명을 통해, 최선희 부상이 개인 담화를 내놓은 부분에서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직접 비난한 부분, 그리고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 결정하라'고 압박한 부분을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서한에서 핵 능력을 언급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핵 능력은 비교가 안된다고 밝힌 것도 최 부상의 '핵 대결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앞선 성명들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보다는 이를 부인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발언들을 내놓은 점도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회담 준비를 위해서 준비팀이 같이 만나서 작업하자고 제의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3주도 안남은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미국 측은 아직 회담을 여는게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얻을 것 없이 정치적 부담만을 지고 갈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는 것.

    ◇ 미 정치권, "옳은 결정" vs "준비 부족"…여야 입장 엇갈려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이 발표된 직후,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개 서한 내용을 또박또박 읽어나가며 의원들에게도 회담 취소 결정을 전했다.

    미 정치권도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북미 회담 취소 소식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놨다.

    여당인 공화당은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계략을 간파하고 회담을 취소하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야당인 민주당 측은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속임수를 간파한 것"이라고 환영입장을 밝혔고, 코리 가드너 의원도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두 배로 증강해야 한다"며 옹호하는 견해를 내놨다.

    반면,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회담 취소는 전제주의 독재자를 다루는데 있어 트럼프 측의 준비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이 남는 것 없는 쇼가 될 뻔 했다"며 "다음번에 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은 힘을 보여줘야 하고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하며 항구적인 핵무기의 제거를 성취해야만 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회담이 완전히 무산됐다기 보다는, 좀 더 준비하고 북한의 진정성을 더 확인한 다음에 회담을 해야 한다는 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 공은 다시 북한으로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의사를 트위터나 구두 발언이 아니라 공식적인 서한 형식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공식적인 입장으로 해석된다. 결국 예정대로 6월 12일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를 통해 '꼬마 로켓맨'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서한에서는 매우 정중하고 조심스런 문장을 골랐다.

    또 편지 중간중간에 계속 '만나기를 고대한다', '마음이 바뀌면 지체말고 연락바란다' 등 정상회담이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의사를 행간에서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규제완화 법안 서명 행사에서도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도 있고, 좀 더 뒤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It's possible that the existing summit could take place, or a summit at some later date)"고 직접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도 근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에게 비난 성명이나 적대 발언 같은 것을 하지 말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신할 수 있는 조치를 더 취하라 그러면 회담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공개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공은 북한에게 넘어간 셈이 됐고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 또는 북한 지도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북미 정상회담을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전망이다.

    또 이 과정에서 중간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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