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에 대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책임을 북한으로 돌린데 대한 반박이다.
김 부상은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력사적(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면서도,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력사적인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그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첫 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자료사진)
김 부상은 특히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을 의식한 듯 "'트럼프 방식'이라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선 비핵화 후 보상'이란 기존의 비핵화 해법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은데 대한 유감의 표시로도 읽힌다. 그간 논의과정에서 북미 사이 비핵화 방식과 관련한 논의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북한)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는' 해법을 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다시 미국 쪽에 싣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부상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수 있을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오셨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끝맺었다.
북한이 무력도발이나 강력한 비판 성명 대신 먼저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한을 보낸 직후 '경제성장과 규제완화, 소비자보호 법안'에 서명하는 행사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도 있고, 좀 더 뒤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It's possible that the existing summit could take place, or a summit at some later date)”며 회담 개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