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1. 이안수(61)씨와 강민지(58)씨는 10년 넘게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은 파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아내는 서울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예정 없이 즉흥적으로 만난다. "지금이 내 삶에서 절정기"라고 말하는 강민지씨는 최근 정년퇴직을 앞두고 휴가를 받아 남미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고, 현재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이런 삶을 보아온 아들은 여전히 사랑표현을 즐기는 부모님의 졸혼생활에 장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2. 서울에서 살던 임지수(59)씨는 13년 전 아무 연고 없는 전라도 산속에 홀로 들어가 황무지였던 땅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일궈냈다. 여전히 도시에서 일하는 남편과 한 달에 한두 번 보지만, 부부관계는 함께 살 때보다 오히려 좋아졌다.
27일(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 스페셜'에서는 부부관계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졸혼'을 다룬다.
결혼과 동시에 전쟁처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평범한 부부들은, 막상 삶에 여유가 생기는 중년 이후 오히려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 대화는 줄어들고 사랑해서 해오던 일들이 의무로만 느껴지며 갈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이혼이 차지한 비율은 31.2%에 달한다. 이렇게 백년해로 대신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부부관계를 회복시켜 줄 대안의 하나로 얘기되는 것이 바로 '결혼에서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이다.
기존 결혼생활에서 졸업하는 만큼, 이제까지 해 온 의무를 줄이고 각자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졸혼. 그런데 막상 졸혼하면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졸혼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혼과 별거, 그리고 졸혼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결혼생활 23년 동안 남편에게 10첩 반상을 차려낸 아내 강수미씨는 젊은 시절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했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꿈을 접고 남편을 내조하며 살아 왔다.
스스로 90점짜리 아내라고 평할 만큼 현모양처로 열심히 살아 온 삶이지만, 어느 날 그녀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강수미라는 이름 대신,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온 내 인생이 정말 괜찮은 걸까?'
지금이라도 자신의 이름 아래 서보고 싶은 강수미씨는 남편에게 졸혼을 제안한다.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데려가겠다"는 결혼 초 약속을 23년 동안 지키며 살아 온 남편 차광수씨. 그는 중견 배우로 자리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항상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런 그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졸혼 제안에 당행했다.
"졸혼을 남의 집 일로만 생각했다"는 남편과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여겨 온 아내는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이렇듯 'SBS 스페셜'에서는 졸혼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가상 졸혼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졸혼을 체험하는 이들이 겪는 삶의 변화를 담아냈다. 결혼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사람들. 이번주 'SBS스페셜'에서는 새로운 결혼의 형태를 경험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부부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