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를 설득·압박하기 위해 정치적 사안이 담긴 재판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법부 독립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협상전략을 모색한 문건이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컴퓨터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나눈 뒤 원세훈·전교조 등 정부가 민감하게 여겼던 재판에 직접 관여하려한 정황이 등장한다.
우선 원세훈 사건의 경우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이라는 표현이 문건에 나온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재판에 관여해 청와대 측에 이를 보고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이에 특별조사단은 임 전 실장이 재판부의 의중을 직접 파악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의중을 알기 위한 '우회적·간접적인 방법' 역시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일각에서 이번 최종 조사결과마저 법원 '셀프 조사'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특별조사단은 독립적이어야할 사법부와 행정부 사이 보고행태를 두고 "재판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집행정지 사건을 맞바꾸려 했다는 문건도 공개됐다.
문건에는 '전교조 집행정지 인용 결정 후 BH(청와대)는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 ⇒ 비정상적 행태로 규정하고 '비정상의 정상화' 필요한 것으로 입장 정리. 만일 대법원의 결론이 재항고 인용 결정이라면 최대한 조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적혀있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눈치를 보며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특별조사단은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에서는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를 청와대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했다"며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그동안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한다며 이석기, 통상임금, 철도노조파업 사건 등에 대한 판결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