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서경선 역을 맡은 배우 장소연. 장소연이 지난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장소연은 대학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같은 과인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품고 연기를 전공하는 '일반적인 길'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는 셈.
하지만 연기에 관심이 생긴 시점은 그보다 훨씬 앞섰다. 중학교 때 연극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부모님 반대도 있었고, 생활비 벌다 끝날 것 같단 생각에 일단 다른 전공을 택했지만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극단에도 속하면서 차근차근 길을 걸어왔다.
방송된 지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작으로 꼽히는 '하얀거탑'에서 유미라 간호사 역을 맡아 얼굴을 알린 그는 안판석 감독 작품만 6편에 출연하며 '안판석 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장소연은 '안판석 사단'이라는 수식어에 특별히 신경 쓴다기보다, '믿고 맡겨주는' 것에 그저 감사한다고 밝혔다.
(노컷 인터뷰 ① '예쁜 누나' 장소연 "진짜 사랑이 뭔지 아직도 궁금")일문일답 이어서.
▶ '예쁜 누나'는 진아(손예진 분)와 준희(정해인 분)의 사랑이 극 중심에 있었지만 꽤 일상적인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작위적이지 않은 느낌이 인상적이었다.경선이 맥주 마시는 장면이 있지 않나. 진아와 준희에게 위안을 받지만, 경선 자신을 위한 시간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맥주 한잔하는 때인 것 같다. 그 장면이 전 되게 와 닿더라. 소파에 드러누워서 영화를 보며, 맥주 마시는. 원래 음악 전공
(* 극중 경선은 첼로 전공이었다가 현실적 문제 때문에 포기한다)이었던 친구라 그런지 음악 영화를 보더라.
사실 그만두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나. 동생이 너무 중요하고, 생활을 해야 하니까 포기했겠지만. 오히려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에 평소에 잘 꺼내보지 않았을 것 같다. 첼로를 갖다두지도 않고 사진을 붙여두지도 않고. 생각나면 힘드니까. 그러면서도 음악 관련된 걸 보며 스트레스를 풀지 않았을까.
▶ 경선이 일찍부터 철이 들어 경제관념 투철한, 연애에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자란 배경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외도할 때마다 아이를 낳아 두 번 상처를 주는. 그 아버지 역할을 김창완 씨가 맡았다.처음 촬영할 때부터 너무 그 대본 속의 아버지 같으시더라. (웃음) 대사 좀 맞춰볼까 하는데 딴 데 보시면서 흥얼흥얼하고 듣는 둥 마는 둥 하신 모습조차 비슷했다. 경선은 (아버지를 보면) 화도 나고 울컥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는데, 아버지는 초연하다. 그게 그대로 보여서 너무 좋았다. (웃음) 연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전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가실 때 장면에서도 아버지 뒷모습을 보니 울컥하더라.
경선을 일찍 철들게 만든 장본인인 아버지 역에는 '하얀거탑'과 '밀회'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창완이 맡았다. (사진=JTBC 제공)
▶ 경선이 극중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아마 진아와 준희일 텐데, 손예진-정해인과 연기해 보니 어땠는지도 궁금하다.진아랑 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호흡이 잘 맞았다. 손예진 씨가 좋은 배우라고 느꼈던 게, 그땐 아직 친해지기 전이었는데 연기 호흡을 바로 주더라. 술 취한 장면을 찍을 때도 몸을 확 맡겨 줘서 되게 좋고 고마웠다. 실제로도 정말 진아 같은 친구구나,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친구 삼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였다.
정해인 씨는 되게 준희 같다고 생각했던 게, 생각보다 되게 성숙한 느낌이 있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나이에 비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한다는 게 보였다. 준희랑 성격이 되게 비슷한 것 같더라. 금세 동생같이 보였다. 준희는 워낙… 그냥 준희 같다. (웃음) 대사할 때 보면 감성도 엄청 풍부해서 연기하다 그렁그렁해지더라. 그걸 보고 저도 또 울컥하고. 진짜 좋은 배우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현장이 즐겁다.
▶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에서 처음으로 안판석 감독과 인연을 맺은 후 드라마 '하얀거탑'(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풍문으로 들었소'(2015), 이번 '예쁜 누나'까지 안판석 감독 작품에 6번이나 출연했다. '안판석 사단'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저는 연공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련 학과나 학교를 나온 게 아니라 저희 학교나 과 출신을 현장에서 맞닥뜨린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무슨 사단이라고 하는 말이 여전히 낯설다. 다만 안 감독님께서 배우를 믿고 캐스팅해 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믿어주시고 맡겨주시니까.
▶ 처음 연기에 관심이 생긴 때가 언제인가.중학교 때 연극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전공도 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부모님도 반대하셨고. 그래도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되게 많이 했다. 근데 당장 하면 생활비 벌다 끝날 것 같더라. (웃음) 일단 학교에 간 후 내 갈 길을 가자 싶었다. 오디션 보고, 극단 생활하면서 연기했다.
배우를 할 거면 대본이 중요하니까 소설, 희곡 같은 '이야기'를 많이 읽을 수 있는 과를 가면 좋겠다 싶어서 문학 쪽 전공을 한 거다. (전공이) 직접적으로 막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란 것도 사람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이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도 보게 되고, 그 말이 왜 생겼는지 생각하면 어떤 특성이 느껴지더라. 저는 재밌어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다. 중국은 워낙 역사가 기니까 이야기도 무궁무진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장소연은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으로 안판석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후, 그동안 6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위쪽부터 '하얀거탑' 유미라, '아내의 자격' 윤미래, '풍문으로 들었소' 민주영 (사진=각 방송 캡처)
▶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연기에는 답이 없어서 어려운 면이 있을 텐데, 계속해서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연기에 정답이 없으니 계속 찾아가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방향을 찾는 중이다. 자기 안에서 잘 꺼내야겠죠. 그 과정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다. 상대방과의 호흡, 극의 방향성과 어우러져 유기적으로 된다. 그걸 매번 새롭게 찾아가는 게 재밌다. 물론 고민도 많이 되고 어렵기도 많이 어렵다. 하나씩 배우고 깨달아가면서 제게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아, 내가 이런 상황에 닥치면 이렇게 되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인물을 연기하고 있긴 하지만, 제 안에서 그 인물을 꺼내는 부분이 있으니까.
▶ 연기할 때 꺼낼 수 있는 '내면'을 충만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처음엔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직·간접적인 경험도 자산이 되겠지만 글쎄, 호기심이나 상상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원동력이 된다. 자기 스스로를 계속 발견해 나가는 것이, (연기하는) 인물과 접점을 찾는 데 되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경선의 대사 중 "운명은 개척할 수 있어. 네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그러니까 잘하라고"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 대사에 공감하나.
이 대사 봤을 때 진짜 너무너무! 와닿았다. 제가 진아한테 던지는 말이지만 나 자신한테도 너무 해 줘야 하는 말이라고 봤다. 누군가한테는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고. 이 대사를 붙들고! '정말 나도 이래야 되는데' 했다. 되게 많이. (웃음)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쓴 걸까 싶을 정도로, 이 대사가 마음을 울렸다.
▶ 차기작은. 하반기 계획도 궁금하다.개봉할 영화가 두세 작품 있다. 시기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그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잘 보였으면 좋겠고, 좋은 작품 많이 했으면 좋겠다.
배우 장소연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