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 FM 98.1 (06:05~07:00)
■ 앵커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CBS 보도국 안성용 정치부장
◇ 박재홍 : <안성용의 정치기상도="" 시간=""> CBS 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입니다. 오늘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얘기 나눠봅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그야말로 극비리에 지난 토요일 오후 3시에 있었죠?
◆ 안성용 :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게 한국 시간으로 24일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지난 26일 오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구역인 통일각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완전히 살려놓는데 성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달 12일에 열릴 수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어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남북정상이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회담 취소와 번복이라는 한바탕 소동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고 하겠습니다.
◇ 박재홍 :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주말을 반납하며 일했을 텐데 2차 남북정상회담, 여러 의미가 있겠죠. 안 부장은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두시나요?
◆ 안성용 :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꼭 한 달 만에 판문점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두 정상이 만났는데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남북정상이 의전, 격식 없이 바로 만날 수 있는 본보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문 대통령도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요,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했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 박재홍 : 예. 말씀대로 좋은 선례가 되면 좋겠고,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자고 제안을 한 부분도 눈에 띄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아마도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실망한 문재인 통령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남북정상간 핫라인 통화를 하지 않겠느냐, 아니면 대북 특사를 보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습니다만, 남북정상은 이런 예상을 뛰어넘어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 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제안을 해서 이뤄졌다는 게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의 북미적대관계를 풀 생각이 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라는 카드를 던지자 문 대통령과 이 문제를 풀지를 먼저 상의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상당히 신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박재홍 : 무엇보다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 취소, 번복 등의 소동을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더 탄탄해지고, 남북정상간 신뢰도 더 돈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 안성용 : 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상임위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 2차남북정상회담이 "앞으로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고, "남북 정상간의 신뢰를 보다 돈독히 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NSC 평가가 아니더라도, 남북정상이 한 달에 두 차례나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만큼 실무라인에서 이상한 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예정했던 회담을 취소한다거나, 갑자기 어떤 일을 트집 잡는 등의 돌발 행동은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박재홍 : 그리고 우리시간으로 오늘 새벽 5시 좀 넘어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협상팀이 지금 북한에 도착했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는데, 현재 북미정상회담 전망은 어떻습니까?
◆ 안성용 : 북미관계 또한 이번 소동을 거치면서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 같은 것 안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가운데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의 담화형식으로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심하게 공격한 것은 리비아식 모델 운운하면서 북한을 마치 패전국 다루듯이 한데 대한 반발심이 컸고요,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주제넘게 놀아대고 있다'고 외교 관례에 어긋날 정도로 비난한 것도 사실은 북한을 대등한 협상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물론 볼튼 보좌관이나 펜스 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취소와 번복을 거치면서 북미 양쪽이 적어도 6.12 회담 전까지는 쓸데없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재홍 :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하고도 취소 문서에 뭔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나, 김계관 부상이 신속하게 여기에 화답한 점도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안성용 :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서한에서 "우리의 핵 능력은 너무 방대하고 강력해서 그것들이 사용되지 않기를 신께 기도 한다"고 힘자랑을 하면서도,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로 김정은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마음을 바꾼다면, 부디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달라"고 한 부분을 주목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전처럼 강하게 나갔으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기 어려웠을 건데, 북한 반응도 예상과 달리 우리가 보아왔던 호전적인 성명을 내지 않고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표명한 것이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게 된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진 뒤로부터 10시간도 안돼서 김계관 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발표한 담화가 보도됐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빠른 대응이었고, 내용도 상당히 저자세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중했습니다. 여차하면 북미정상회담이 없던 게 될 수 있겠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이라고 평가를 했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도 있다며 북한과 논의 중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전에 어느 정도 분위기를 반전시켜 놓게 됩니다. 벼랑 끝 전술에 의존해 왔던 북한이 위기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박재홍 : 이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외교도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 안성용 : 그렇습니다. 미국과 북한 정상을 직접 만나서 서로의 진짜 뜻을 전달하며 소통을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중재는 북미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진 이후 물밑에서 한층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회담 장면을 보시면 북미정상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요. 불투명했던 북미회담 준비가 다시 정상궤도에 접어든 데는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북미회담 성패는 지금 북한에 도착한 미국 협상팀과 북한 실무진들이 벌일 비핵화 로드맵 협상에 달려 있을 텐데요.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력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박재홍 : 어쨌든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양국 정상의 의지로 다시 살아났으니까 북미간 실무협상도 차질 없이 속도를 내겠네요?
◆ 안성용 : 미 정부 관계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측과 판문점에서 회동했다고 국무부가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약 한시간 전에 미국 협상단의 북한 도착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죠.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부 인사들이 정상회담 준비 차 27일에 판문점 북측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표단은 29일까지 북측 지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 김 전 주한 미 대사가 이끄는 미 대표단에는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등이 포함됐고, 북측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6자회담 협상을 통해 오래 알고 지낸 김 대사와 최 부상은 사흘간 만남을 이어가며 비핵화 의제를 본격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의전, 경호 문제를 미국 실무진이 오늘 싱가포르에 도착한다는 소식도 들어와 있습니다.
◇ 박재홍 : 예. 이가운데 여야 정치권도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관련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다소 일관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안성용 :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 다음날인 25일에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그렇게 걱정했던 남북평화쇼 장애물이 없어졌다. 결국 지난 6개월 동안 김 위원장의 한바탕 사기쇼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놀아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는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과 관련해 "저와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남북정상의 만남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서울 노원병 재선거에 출마한 강연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어제 갑자기 문 대통령이 쇼를 시작했다. 30년 이상 내려온 북핵 문제를 한바탕 쇼로 정리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지방선거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박재홍 : 이번 주 관전 포인트 짚고 마무리합니다.
◆ 안성용 :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관련 정세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눈을 떼기 힘들 것 같습니다만, 오늘 국회를 주목해야겠습니다. 본회의가 열리는데요, 그동안 미뤄놨던 법안들을 무더기 처리하고 전반기 국회의 문을 닫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복리후생비까지 확대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되는데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오늘 본회의에 보고됩니다.
판문점 선언 국회지지 결의안도 오늘 안건으로 올라오는데 홍준표 대표가 지지 결의안이 아니라 '북핵 폐기 결의안'이 되는 게 맞다고 말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지 결의안이 통과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29일은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열리는데요, 여기서 본회의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법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되면 특검 절차가 본격화 됩니다. 하지만 지금 특검을 서로 안하겠다고 해서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어떤 분이 특검이 될지 이번 주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재홍 : <안성용의 정치기상도="" 시간=""> CBS 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이었습니다.안성용의>안성용의>굿모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