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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탄소년단 뮤직 비디오와 알라딘의 요술램프



칼럼

    [칼럼] 방탄소년단 뮤직 비디오와 알라딘의 요술램프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전설 그리고 ‘일곱 소년’의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BTS).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018년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면접·구술고사의 인문계열 제시문은 백남준의 융복합 예술, 오페라의 탄생 과정, 정자영의 '견월망지(見月望指)'였다. 문제는 융복합 예술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과 두 작품은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성공한 작품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한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지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특이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한 추가 질문이었다.

    출제위원들은 아마도 기술과 미디어 그리고 문화 예술적 요소들이 발전과 융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문화현상과 사회질서를 출현시키고 있는 21세기 문화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 척도를 묻고자 한 것 같았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전위 예술가로 금세기 최고의 실험적인 작가 중 한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비디오의 표현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시각미술로 전향해 비디오 아트를 창시했다.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백남준은 실험과 도전, 열정과 용기로 그때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정자영은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가야금 연주자로 총체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인이다. 2012년 선보인 작품 <견월망지>로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가야금 연주가 결합된 전위적인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역시 미디어와 예술의 발전과 융복합의 결과물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과 미디어 퍼포먼스 예술가 정자영이 개척한 전위적 융복합 예술의 정신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공존, 인종과 국가를 초월한 팬덤의 공존, 주류문화와 대안문화의 공존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세계 팝 무대를 석권했다. 여기에 첨단 스마트통신 신기술의 융합체인 유튜브의 대중화가 결합되면서 신개념의 팝아트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기본적인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전위적인 패션, 뮤직비디오, 소셜미디어(SNS) 등 모든 것을 융합해 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세계인들을 환호와 열광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역사적인 빌보드 차드 1위 등극은 백남준 같은 융합아티스트가 50여 년 전 미국 무대에서 성취해낸 비디오 아트의 탄생을 발판으로 일궈낸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성과물이다.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톤, 핑크 플로이드, 엘튼 존, 마이클 잭슨…… 동북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태평양 너머에서 들려오는 팝송을 위로삼아 험난한 청춘의 강을 건너왔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달콤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팝 멜로디는 우리가 서 있는 땅과는 다른,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먼 나라의 일이었다. 팝은 모두의 로망이었고 꿈이었고 환상이었다. 빌보드 차드의 기나 긴 역사 속에 우리나라 가수는 물론 동양의 어느 누구도 1위에 올랐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꿈이 이루어 진 것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페이크 러브(Fake Love)'였다. 앨범 공개 9일 만인 지난 27일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했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 가요계에 데뷔한 일곱 명의 미소년들은 2년 뒤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발표해 타이틀곡 'I Need You'로 음악 방송 첫 1위에 올랐다. 그 후 '쩔어'로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하더니 마침내 신작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차드 1위에 오르는 전설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전설이 될 수 있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와 지구촌 젊은이들이 갈망하는 전위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의 목마름에 응답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속에 자리 잡은 스토리텔링과 융합된 퍼포먼스도 청춘의 막막한 가슴을 뚫어준다. 화면을 가득 채운 강렬한 색채와 영상 비주얼과 세련된 안무 속에 미장센을 집어넣음으로써 궁금증과 호기심까지 유발시킨다. 청춘들은 미장센에 감추어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몰입하며 열광한다.

    젊은이들은 일곱 명의 소년이 춤추며 노래하는 뮤직 비디오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하고 그 안에 보물처럼 감춰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본다. 방탄소년단은 사막과 같은 도시 속을 걸어가야 하는 청춘들에게 꿈과 환상을 보여주는 21세기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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