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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법을 배우면, 이 무너진 현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전시

    "보는 법을 배우면, 이 무너진 현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노컷 인터뷰] 연극 '말테' 유수연 연출

    2015년부터 세월호를 기억하는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참사로 인식하고자 기획초청공연을 해온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 올해는 세월호와 관련 없이 쓰인 고전을 원작으로 10주간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이 역시 세월호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세월호로 우리의 세계가 재구성되었듯 이전 창작물 역시 '세월호'라는 관점을 통해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공연을 마친 뒤 연출에게 직접 들은 뒷이야기들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세월호는 '그곳'에 있는데, 달라진 건 당신일지도" - 연극 '벡사시옹+10층' 윤혜진 연출
    ② "'세월호'는 기억하면서, '남은 자'는 잊지 않았나" - 연극 '행복한 날들' 송정안 연출
    ③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일은 그만두어야" - 연극 '광인일기' 김수정 연출
    ④ "계속 시도해야죠, 닿지 않고 노력만 남을지라도" - 연극 '키스' 신재훈 연출
    ⑤ "그럼에도 나는 이 절망 속에서 너를 희망한다" - 연극 '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송경화 연출
    ⑥ "보는 법을 배우면, 이 무너진 현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극 '말테' 유수연 연출
    (계속)

    연극 '말테' 중. (사진=유윤정 제공)

     

    "나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중

    동전은 양면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한 면만 보곤 한다.

    세상엔 음과 양, 죽음과 생명 등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반된 개념이 공존하는데, 우리는 흔히 한쪽에만 매몰돼 다른 한쪽을 잊곤 산다.

    마치 "석가모니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제일로 놀라운 일은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그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사는 일이었다'"(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 인용) 처럼 눈 앞에 보이는 게 전부인 줄 알고 산다.

    유수연 연출의 연극 '말테'는 '보는 법'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전 작업들부터 그의 화두는 '보는 법'이었다.

    세상의 여러 개념이 중첩돼 있으니, 하나에 매몰되지 않고 모두를 볼 수 있다면, 어떠한 상실감으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이라도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연출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는 인상적인 장면은 영상 속 선우가 찾아간 진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죽음의 도시가 이미지화 된 진도에서 선우는 생명이 약동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 꽃을 기어오르는 무당벌레, 그리고 서로 엉켜 노는 강아지들까지. 그곳에서도 생명은 흐르고 있으며, 사람들은 삶을 살아 가고 있다.

    죽음과 함께 삶이, 절망과 함께 희망이 그렇게 공존하고 있음을 보임으로써, 연출은 관객에게 '보는 법'을 배워야 함을 역설한다.

    유수연 연출. (제공 사진)

     

    다음은 유수연 연출과 일문일답

    ▶ <말테의 수기="">를 선택한 이유는.
    = "이번 작업은 세월호만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했고, 그동안 해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5평 남짓한 내 방 창문에 야생 새가 머리를 부딪히고, 열린 창틈으로 들어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처음 느낀 게 새가 자기 시야의 한계와 오인으로 창에 부딪혀 방으로 들어오고, 창틈이 열렸음에도 출구를 못 찾은 채 불안에 떨다가 죽어가는 모습이, 시야의 한계를 가진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그 시기에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 일상은 무너진 채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중에 세월호 참사를 티비에서 생중계로 보았고, 크게 울었다. 이후 내 작업의 화두는 이런 비참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됐다.

    이번 '세월호 2018'을 기획을 제안받았을 때, <말테의 수기="">가 떠올랐고, 이 작품이 아니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말테가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부분이 기존의 작업 방향과 맞물렸다."

    연극 '말테' 중. (사진=유윤정 제공)

     

    ▶ 이번 작품은 원작을 어떻게 각색한 것인가.
    = "극은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영상 속 선우(김선우 분)와 무대 위의 말테(최희진 분)이다. 어머니를 잃은 선우는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진도로 내려간다. 갑작스런 비를 피하고자 도서관으로 들어갔고, <말테의 수기=""> 책을 집어 든다. 그러면서 말테와 선우의 기억 속 진도와 말테가 머무는 파리가 뒤섞인다. 극장 전체 공간은 상실을 겪은 선우의 내면 세계가 된다. 선우가 내면의 방들을 열고 닫으며 이동한다."

    ▶ 두 이야기가 뒤섞인 채로 동시에 진행돼, 난해한 감이 있다.
    = "애초에 의도한 게 관객이 하나의 이야기만을 따라가 한 가지만을 사유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중첩시켰다. 원래 말테의 수기도 결말이 없고, 파편적 에피소드가 나열된 난해하다고 여길수 있는 작품인데, 공연 말테는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어떤 개념, 가령 죽음과 생명,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내부와 외부 이미지와 실체등을 모두 뒤섞었다. 나는 이렇게 혼재한 상황이 우리의 내면세계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것이 있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마치 문이 열린 창틀을 보지 못하고 방 안에 갇힌 새처럼."

    연극 '말테' 중. (사진=유윤정 제공)

     

    ▶ 그것이 일상 회복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려면, 공간 안에 나 외에 다른 사람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 생각 외에 함께 존재하는 다른 생각을 인식하는 것이다. 관객이 극장에 앉아, 무대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분장실과 계단을 동시에 인식하고, 마치 어떤 냄새를 맡으면 연상작용이 생겨,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듯이, 이것이 일상을 회복하지 않을까 여겼다. 시각에서 청각으로 이어지는 공감각의 전이, 방에서 또 다른 방으로 넘어가는 시공간의 확대, 선우의 현재에서 100년 전 말테의 역사로 이동하는 시간의 확장 등이 무너진 일상의 현실과 고통에서 해방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 극의 시작을 극장 안이 아닌 밖에서 시작한 점도 이색적이다.
    = "아이가 모태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순간 고통의 굴레가 시작되고, 어둠으로부터 빛이 떨어져 나오면서 공간이 생겨났다. 모든 예술의 '생성'은 분리에서 시작한다 생각해서, 나는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게 떨어져 나감(분리)이자, 죽음으로 가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창조가 아닐까 싶다. 이 공간으로 사람들이 익숙한 곳을 다르게 보고 하나가 아닌 두 개를 보고, 자기 눈앞에 현실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걸 새롭게 연상하게 되면 좋겠다."

    연극 '말테' 중. (사진=유윤정 제공)

     

    ▶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으면 좋겠나.
    = "극이 다 쪼개져 있으니 그냥 감각하면 좋겠다. 음악도 음표 하나하나를 분석하지는 않지 않나. 한꺼번에 가슴에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음악처럼, 바람처럼. 한 가지를 따라 가지 않고, 겹으로 느끼길 바란다."

    ▶ 다시 이야기를 정리해서 이 작품을 세월호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 "앞에서도 말했지만 세월호처럼 상실과 죽음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나 역시 이것이 평생 물고 늘어질 과제였다. 사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죽음 앞에선 모든 인간이 어떻게 삶을 긍정하고 남은 시간을 버틸수 있을지 '보는 법'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 6주차 공연 '말테'는 27일부로 공연이 끝났다. 7주차인 이번 주에는 '한여름 밤의 꿈, 너머'가 5월 31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한다. 1만 원~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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