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요금 경쟁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강행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대신, 이통3사의 자발적인 경쟁으로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요금제 혜택이 고가 요금제로 집중되면서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소외되고 있어,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로 먼저 포문을 연 건 LG 유플러스다.
앞서, LG유플러스는 3개월 전인 지난 2월, 월 8만 8000원의 속도와 용량이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다.
그동안 이통사들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하루 데이터 할당량을 모두 소진하면 속도가 제한돼 영상이 끊기는 등 '무늬만 무제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타사 요금제보다 3만원 정도 낮고, 기본 데이터를 다 쓰더라도 속도에 제한 없는 '진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전체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데이터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며 요금제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이나 지인과 40GB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고, 연이어 'U+프로야구, 'U+골프' 등 데이터 특화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1분기 가입 고객이 전 분기보다 9배나 늘어나는 등 수익 증대 효과도 톡톡히 봤다.
이에 KT는 4만 원대부터 속도 제어 조건의 무제한 요금제로 맞대응에 나섰다.
KT는 30일 월 4만원대부터 속도 제어를 조건으로 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KT가 일반 정액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인 것은 데이터 선택 요금제 이후 3년 만이다.
KT가 새로 출시한 요금제는 데이터 차단 없는 데이터온(ON) 요금제 3종과 저가 요금제인 'LTE 베이직' 등 총 4가지다.
월 4만 9000원에 데이터 3GB를 제공하는 '데이터 톡' 요금제는 기본 제공량을 모두 쓰면 최대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는 월 6만 9000원에 100GB를, 소진 뒤엔 5Mbps 속도로 무제한 쓸 수 있다. 기본 제공량 100GB는 기존 월 10만 원대 데이터 요금제가 속도 제한 없이 제공하는 최대 데이터양(90GB)보다 많다.
'데이터 프리미엄'은 월 8만 9000원에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것으로 LG유플러스보다 1000원 비싸지만, 지인과 나눠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50GB로 10GB 많다.
LTE 베이직은 월 3만 3000원에 데이터 1GB와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하면 2만 원에 가능하다. 사실상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보편요금제와 같은 상품이다.
이날 KT는 국내와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도록 로밍 요금제도 개편했다. 이는 기존 요금 대비 최대 95% 저렴한 수준이다.
로밍 요금제 역시 LG유플러스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28일 LG유플러스는 월 1만 3200원(부가세 포함)에 로밍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에 제한을 없앤 상품이다. 중국, 일본, 미국 등 37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를 공유하는 테더링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데이터 요금제 경쟁에 가세한데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도 새로운 요금제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분간 요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고가 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저가 요금제 고객은 소외되고 있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보다 비싼 데이터 요금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막으려는 꼼수일 뿐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흡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와 함께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참여연대는 "LG유플러스와 KT가 내놓은 요금제는 무제한이라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면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적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적정 가격 수준의 요금제이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일부 고객에게만 유리한 비싼 무제한 요금제 개편이 아니다"라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