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완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혹을 조사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문건을 공개하는 대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대표판사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지만, 문건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 법원 대표판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31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재판 거래 의혹을 담은 법원행정처 문건을 대표회의에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두고 투표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을 단순히 열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표판사들이 세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문건 사본 등을 건네달라는 요청이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총 410개의 의혹 문건을 확보했지만,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해 문건 목록만 공개하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표판사들을 중심으로 문건 전부를 공개하지 않으면 '의혹 관여자에 대해 형사상 조처를 하지 않겠다'는 특별조사단 결론에 수긍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자 특별조사단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대표판사들이 문건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표판사들은 '열람 대신 공개'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문건 전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국법관대표회의 대표판사들 사이에서 다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까지 투표를 실시한 후 최종 결과를 특별조사단 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후에도 특별조사단이 '열람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달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에서 문건공개 요구 안건을 의결해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권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날 재판 거래 의혹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 연루된 현직판사들에 대한 개인별 보고서를 보고받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징계수위 등을 결정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최종 검토결과는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에서 대표판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법원장은 31일 오전 출근길에 후속조치를 묻는 기자들에게 "개인별 보고서를 기초로 해서 결론을 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이다. 결론이 다 정해지면 한꺼번에 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