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1박 2일 간의 고위급 회담에 돌입했다.
첫 날에는 북미 양자가 만찬 회동으로 탐색전을 벌였고, 다음날인 31일 본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는 지난 2000년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워싱턴 DC를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 장관을 면담한 이래, 18년 만에 북한의 최고위급 방미다.
당시 조 차수는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워싱턴에 도착 백악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왜 워싱턴이 아닌 뉴욕으로 왔을까. 일단의 단서는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의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찾을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미국 내 여행이 제한돼 있다. 노어트 대변인은 "(제재 일시 해제라는) 형태의 공무출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뉴욕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면 추가적인 제재 일시해제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일종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언론들은 통일전선부 부장을 겸직 중인 김영철 부위원장을 북한 정보당국 수장(spy-chief)라고 부르고 있다. 또 그는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제재가 적용 중인 적국의 인사를 이중의 제재 해제 절차를 거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으로 단번에 부르는 것에는 미국도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입장에서도 뉴욕에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어, 각종 의전과 편의를 제공받기 쉽다. 실제로 김 부위원장 일행은 북한 대표부가 가까운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이곳은 유엔 총회를 위해 북한 고위급 인사가 뉴욕에 올 때마다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안이 확보된 통신선을 통해 평양과 수시로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이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을 뉴욕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도 북미 간 실무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에 뉴욕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최종 담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도중 수시로 회담 경과를 알리고 평양의 의중과 훈령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한 측에서도 워싱턴 보다는 뉴욕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김 부위원장 일행이 워싱턴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담이 잘 진행되고 북미 양측이 상당한 의견접근을 봤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