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31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는 한편, 그룹 경영기획실 해체,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제도 및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제 도입 등이 경영쇄신 방안의 골자다.
한화그룹은 이날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 합병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화S&C는 시스템통합(SI)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며, 한화시스템은 통신전자와 레이다 등 군 첨단장비를 개발하는 방산업체다.
양사의 합병 법인은 오는 8월 '한화시스템'이라는 사명으로 새 출발하게된다.
(사진=한화그룹 제공)
합병법인의 주주별 예상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2.9%로 가장 높고, 에이치솔루션과 재무적 투자자인 스틱컨소시엄이 각각 26.1%와 21.0%다.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중심이 되는 에이치솔루션은 합병법인 보유지분의 약 11.6%를 스틱컨소시엄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분율은 14.5% 수준으로 낮아져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삼남 김동선 씨(25%)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물적 분할했다.에이치솔루션은 이후 한화S&C에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전산사업 부문 지분 44.64%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당시 분할로 '총수 일가 → 에이치솔루션 → 한화S&C'의 지분 구조가 형성됐다.
한화S&C는 에이치솔루션의 지배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했지만 여전히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어 '꼼수' 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화그룹이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쳐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아래로 떨어뜨리기로 하면서 이를 해소한 셈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이사회 중심 경영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하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제도 활성화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개편하고 상생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심의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상생경영위원회도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하도급법, 갑을관계, 기술탈취 등 공정거래 이행과 관련된 주요 사항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항들을 심의하게 된다.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한다.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또 이사회 중심 경영과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룹 차원의 대외 소통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이홍훈 전(前) 대법관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