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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에게 물었다…"직접 기른 닭,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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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익에게 물었다…"직접 기른 닭, 먹을 수 있을까?"

    예능 '식량일기' 두고 누리꾼들 '갑론을박'
    "인간 본성 직시하도록 돕는 건강한 논쟁"
    "감정소통 극단으로 진화한 데 따른 갈등"
    "마트서 늘 봐온 고기에 새로운 시각 부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사진=황교익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달걀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키우고 그 닭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는 포맷의 tvN 예능 프로그램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처음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은 방송 전부터 "먹을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로 누리꾼들 의견이 갈려 논쟁을 불렀다. 31일 '식량일기'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란에도 이와 관련한 글이 여럿 눈에 띈다. 프로그램 포맷에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한 누리꾼은 "아이들이 참 좋은 걸 배우겠다. 예고편만 보고 너무 불편했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라며 "뒤에 아주 놀라운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당장 폐지하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름 반전과 교훈이 있을 것 같다. 없다면 그저 그런… 특이함만 찾다가 불편해진 예능이 되겠지만"이라며 "방송 폐지하지 말고 제작진은 어떤 식으로든 반전과 감동을 주는 예능으로 만들길"이라고 당부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를 "건강한 논쟁"이라고 봤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황교익은 31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논쟁거리가 아니다. 원래 인간이 (그러한 갈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운을 뗐다.

    "인간은 같은 인간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동물과 사물에도 연민을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고기 상태로 볼 때와 살아 있는 닭으로 볼 때는 감정이 달라진다. 특히 동물을 어릴 때부터 직접 키우다 보면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동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행위다."

    그는 "이럴 때 연민이 생겨 (해당 동물을) 잡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고 끔찍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 동물이) 인간과 같다는 마음이 자리잡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 그러한 동물에 대한 연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못 먹는 것을 먹을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문명이 만들어져 왔다. 눈에 안 띄도록 도살장을 되도록 멀리 두고, 그 장면을 카메라 등에 담아서 보여 주거나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고기 상태로 마트에서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 "우리가 먹는 것은 결국 생명…연민이 낳는 운명적 갈등 직시해야"

    (사진=tvN 제공)

     

    황교익은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천민 계급인 백정에게 미룬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전략은 옛날부터 써 온 방법"이라며 "인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브라만 계급은 달걀을 깨는 것조차 기피하는 고고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를 먹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을 해하여야 한다. 그 행위는 누구에게나 꺼림칙한 일이다. 이 둘 사이에서 늘 갈등해 온 것이 인간의 본성인 셈이다. 해당 프로그램('식량일기')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 역시 그 자체가 모든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때, 초등학교에도 가기 전에 외할머니와 함께 닭을 잡은 기억이 있다"며 과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내 손 안에서 닭이 생명을 잃어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죽어가던 것을 몸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에는 공포와 연민이 공존하지만, '내가 먹는 고기는 한 생명을 죽여서 얻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각인돼 그 다음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이러한 갈등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네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직시를 통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황교익의 지론이다.

    그는 "인간의 뇌는 여느 육식동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육식동물은 배고플 때만 짐승을 잡아 먹는다. 사냥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배가 안 고프면 사냥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른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뇌는 감정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덕에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 사물에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두고도 '애마'라고 부르면서 노후 돼 폐차장 들어갈 때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잖나. 망가진 장난감을 앞에 두고 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두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진화를 통해 인간의 본능으로 자리잡은 공감능력 덕이다. 결국 감정 소통을 극단적으로 진화시켜 온 인간이 지녀야 할 원죄인 셈이다."

    황교익은 "이러한 본성을 부정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 인간은 원래 그러한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음식을 대하는 자세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양돈장에서는 보통 돼지를 5, 6개월 키워서 도축장에 내보낸다. 새끼돼지들을 보면 성격이 다 다르다. 사람을 잘 따르는 돼지도 있고 겁 많거나 수줍음 많은 돼지도 있다. 초보 사육사들은 그러한 새끼돼지들에게 종종 '똘똘이' 등의 이름을 붙인다. 그래서 자신이 기른 돼지가 도축장에 끌려갈 때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도 한다.

    그는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에 그것이 잘 나타나 있는데, 극중 돼지에게 옥자라는, 개에게도 잘 붙이지 않는, 우리에게는 시골집 누이 격인 이름을 부여했다"며 "그 돼지는 절대 먹을 수 없게 된다. 먹는다면 시골 누이를 먹는 감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먹는 것은 생명이고, 그 생명에 대해 끝없이 연민을 갖고 대해야 하는 갈등 요인이 인간의 운명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황교익의 강조점이다.

    "문명은 끊임없이 사육과 도축을 사람 눈에 안 띄는, 먼 곳으로 몰아내는 방식으로 발달해 왔다. 우리는 이러한 논쟁을 통해 '왜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타 육식동물과 다른 인간 본성의 차이점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 그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황교익은 "'식량일기'가 만든 논쟁은 우리가 늘 마트에서 보던 고기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성공적"이라며 "우리 내부에 먹을거리와 관련한 두 개의 갈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 곧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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