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지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국정농단 묵인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우 전 수석 변호인은 31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민정수석은 직무수행의 독립성이 없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 변호인은 "민정수석 직무는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찾아내 대통령이 국정운영과 직무 수행에 집중하도록 보좌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뢰나 고발을 목적으로 한 감찰권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보좌관이지 대통령의 말이 거짓인지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공모해 불법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하는 등 국정농단을 감찰할 의무가 민정수석에게 없다는 주장이다.
우 전 수석 변호인은 이어 "민정수석 당시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연관성 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국정농단)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 국민적 의혹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해명하라고 건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견해를 달리해 1심을 유지하더라도 실체에 비쳐 1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정장을 입고 법정에 나와 허리를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앉거나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눴다. 변호인단이 무죄 주장을 밝힐 땐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1심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청와대 대응 문건에 관여하거나 진상은폐에 가담해 국가적 혼란을 심화한 책임이 있다"며 우 전 수석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은 또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별도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사찰을 지시한 적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나아가 우 전 수석 변호인은 국정농단 묵인과 불법사찰 지시 혐의의 공소사실 일부가 중복된다며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중기소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두 개의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뜻하며 나중에 기소된 재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에도 연루된 상태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공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공작 사건 항소심에서 실형받자 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달라고 희망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이례적으로 13대 0으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또 법원행정처 역시 법원 내부 동향 등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하며 '읍소'하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