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 하나은행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하루 전인 31일 하나은행이 직원들에게 여론전을 해야한다며 '선처 탄원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탄원서 작성 요령 양식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함 행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쓰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원서 작성 요령과 예시까지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작성 요령에 따르면 반드시 자필로 작성할 것, 아래 예시를 참고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작성할 것, 서두 혹은 말미에 탄원인 서명(예를 들어 탄원인 김00 서명), 반드시 본인의 언어로 작성, 분량 1~2장 등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예시에는 도입과 본문 1, 본문 2, 맺음말 형식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입 부분에는 영장전담 판사에 대한 인사말과 탄원서를 쓰게 된 계기 등을 작성하도록 유도했다.
본문 1에는 '함영주 은행장님의 상징성', 예를 들어 시골 출신, 고졸, 별명 '시골촌놈'이라는 것을 쓰고, 섬김과 배려, 직원의 행복, 조직을 우선시하는 은행장의 모습을 쓰라고 제시했다.
공정한 인사와 피인수은행 출신으로 직원을 잘 이해하는 등 통합과정의 헌신과 기여를 쓰고, 함영주 은행장과 본인의 인연 또는 에피소드도 곁들여 쓰라는 점도 언급했다.
본문 2에는 은행장이 결코 사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조직과 직원을 위해 일했다는 점,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은행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법규와 정책에 호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개선 중이라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맺음말을 통해선 은행 직원들이 낙담하지 않도록 선처를 부탁하고, 불구속이나 감경 등 선처해 주면 새로운 기회로 알고 사회에 더욱 크게 기열할 것이니 판사의 배려가 은행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탄원서 작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비조합원을 상대로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탄원서를 작성한 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 속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작성했다"면서 "왜냐하면 여기서 이 지시대로 탄원서를 내지 않으면 바로 보복을 당하니까 냈다. 과거에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다 인사 조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 합병 등 하나은행이 여론에 불리했을 당시에도 직원들에게 탄원서를 작성하게 한 뒤 '직원 여론'이라고 포장해 금융감독원이나 법원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이에 대해 "자발적으로 직원들이 탄원서를 쓴 것"이라면서 "자발적인 뜻이 오해를 살 염려가 있어서 탄원서를 법원에 아예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