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된 제20회 서울여성영화제(이하 SIWFF)가 성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축제의 막을 올렸다.
올해 SIWFF 개막식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야외 무대에서 진행됐다.
이혜경 조직위원장, 김선아 집행위원장 등 영화제를 이끌어 나가는 이들을 비롯해 3번 째 페미니스타로 선정된 배우 이영진, '여배우는 오늘도'의 감독 겸 배우 문소리, '화차'의 변영주 감독,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 등 영화인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자리를 빛냈다.
사회는 변영주 감독과 이영진이 맡아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더했다.
변영주 감독은 "올해 '미투'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여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미 상영작들의 매진 행렬이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펼쳐진 여성 영화인들의 퍼포먼스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폐막한 칸영화제에서는 82명의 전세계 여성 영화인들이 레드카펫 계단에 올라 영화 산업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시위를 펼쳤다. 1688명의 남성 감독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될 동안, 여성 감독은 단 82명만 초청됐음을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다. 여성 감독의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경우 역시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단 한 편 뿐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미투' 운동 만이 아니라 전세계 영화계에서 일고 있는 성평등의 바람을 반드시 한국 문화계와 영화계에서 적극적으로 끌어 안고, 여성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적폐 청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 이후 반드시 성평등한 세상과 문화, 한국 영화 산업을 위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막 선언 후에는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고(故) 박남옥 감독을 기리는 박남옥 영화상 시상이 이어졌다. 진취적인 활동으로 한국 영화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 감독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박남옥 영화상은 '질투는 나의 힘', '파주' 등을 감독했고, 여성들을 중심에 세운 독립영화 제작에 매진한 박찬옥 감독에게 돌아갔다.
SIWFF와 인연이 있는 도종환 장관과 정현백 장관은 스무 돌을 맞이한 영화제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도종환 장관은 "영화제 슬로건처럼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미투' 혁명으로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들을 지지한다"면서 "남성들도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성평등한 세상이 영화와 문화 예술을 통해 오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정현백 장관 또한 "여성영화제가 20회까지 오는 동안 여러분들의 얼마나 눈물나는 노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한다. 영화계 내의 페미니즘 확장이 한국 사회 성평등 의식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에서는 '미투' 운동이 거센 폭풍처럼 닥치고 있다. 우리는 일상 민주주의와 관련해 큰 역사적 전환기에 서있다. 이런 전환기에 영화제를 통해 함께 걸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로 포문을 연 제20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오는 7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신촌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에는 장편 경쟁 부문을 신설했고, 낙태, '미투' 운동, 디지털 성폭력, 영화 산업 내 성평등 문제 등 페미니즘 이슈 포럼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