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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손예진 "진아는 다 삼키지만, 전 아주 솔직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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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누나' 손예진 "진아는 다 삼키지만, 전 아주 솔직한 편"

    [노컷 인터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진아 역 손예진 ①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 (사진=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 명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윤진아고요. 윤진아의 성장기를 그리는 겁니다."

    지난달 26일, 반환점을 앞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에서 안판석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예쁜 누나'는 가족처럼 지내 온 친구 누나와 친구 동생이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였지만, 동시에 여주인공 진아를 빼 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일할 때는 꼼꼼하고 다소 깐깐한 면까지 있지만 성희롱과 트집 잡기를 일삼는 상사 앞에서도 웬만해서는 싫은 티를 내지 않는, 2차에서도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맞춰 동료들에게 '윤탬버린'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리는 윤진아. 새 연인 서준희(정해인 분)를 만나면서 조금씩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윤진아를, 손예진은 완벽 소화했다.

    언제나 선한 의도를 갖고 있었음에도, 윤진아는 후반부로 갈수록 우유부단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자주 노출해 시청자들에게 '민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손예진은 대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드라마에 합류했고,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답답해할지도 예상했지만, 그런 디테일이 다 바뀌었다면 지금의 '예쁜 누나'는 없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히로인 손예진을 만났다. 손예진은 드라마가 끝난 점이 가장 아쉽다며, 3개월 반을 몰두해 있던 '예쁜 누나'에 대한 애정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 손예진이 본 '예쁜 누나', 아쉬움은 없었을까

    '예쁜 누나' 윤진아와 서준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둘밖에 보이지 않는 달콤한 사랑에 빠지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반발에 부딪힌다. 중후반부 갈등은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진다. 헤어진 와중에 윤진아는 다른 연인을 잠깐 만나기도 하고. 시청자들이 예상한 '꽃길 행보'와는 분명 어긋난 전개였다.

    후반부 전개와 결말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손예진은 "저는 시나리오를 16부까지 다 보고 결정했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원래 가고자 한 방향대로,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한 이야기를 끝까지 보여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더 좋다. 저희도 찍으면서 좋고.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어떤 사랑이 끝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15~16부가 특히 좋았다고 털어놨다.

    "보통 작품 속 연인은 명확하게 그려지잖아요. 이래서 헤어지는 감정을 갖고, 이래서 고통스럽고, 결국 헤어진다 하는 거죠. 이 둘('예쁜 누나' 윤진아-서준희)은 언제 끝났는지 모르고 끝나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되게 현실적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헤어져' 하는 날이 진짜 헤어지는 날은 아닌 것 같아요. 균열이 난 시점이 있잖아요. 이 드라마가 그걸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퇴색된 것도 아닌데 결국은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되게 아프고 현실적이게 느껴졌어요."

    손예진은 "저도 (시청자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하고 바라는 걸 안다. 시나리오 보면서 어떤 지점에서 답답할지 안다. '아이고, 이거 답답하겠는데? 이거이거 잘못하면 큰일나겠는데?' 하고"라면서도 "그 모든 것이 조금씩 고쳐졌다면 '예쁜 누나'는 다른 드라마가 됐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예쁜 누나' 윤진아는 일 처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꼼꼼한, 대리 직함을 단 35세 직장 여성이다. (사진=JTBC 제공)

     

    그는 "답답하다는 건 몰입했다는 거다. 몰입하니까 '왜 저러지?' 하고 이입하신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되게 좋았다. 많은 분들께 훨씬 더 공감을 얻어서 '맞아 맞아' 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예쁜 누나'는 다른 색깔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들을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모든 영화, 드라마가 자기 방향과 색깔이 있지 않나. 그걸 처음 의도한 대로 갖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반응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많으니까. 저희는 끝끝내 그대로 간 것"이라고 부연했다.

    후반부에 캐릭터가 약간 바뀌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손예진은 "바뀐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내 "저도 아직 진아가 어떤 캐릭터인지 완벽하게는 잘 모르겠다. 제가 손예진이라는 사람이 어떤지 모르듯이"라고 덧붙였다.

    손예진이 생각한 윤진아는 이런 사람이었다. '아주 착한 사람'. 윤진아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을지 몰라도, 동기만큼은 누구에게도 피해 주고 싶지 않았던 사람. 솔직했더라면 자기도 편했을 텐데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던 사람. 손예진 역시 윤진아 캐릭터를 보며 어떤 부분에선 과감히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고민한 부분이 있었다고.

    "(진아는) 내가 지금 준희랑 이런 상황이라는 얘기를 경선이(장소연 분)한테 말 안 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그냥 '네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 없어. 나 지금 내 일이 더 중요해'라고 하는 사람이죠. 기존에 (드라마상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은 아픔을 겪으면 아주 빠르게 성장해 나가잖아요. 어떤 사건 후에, 처음에는 못하던 것을 갑자기 잘하게 되죠.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기에,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 같아요. 한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어디까지 성장하고 죽을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쁜 누나'는) 진아가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작품 속에서) 아직 진아는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중에 (드라마가) 끝난 것 같아요."

    손예진은 "제주도에 내려간 것도 (거기서) 살려고 내려간 게 아니라고 전 생각했다. 3년 동안 외로이 회사와 싸웠고, 그걸 다 끝내고 뒤늦게 사춘기가 온 것일 수도 있다.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너무 큰 상실감이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떠난 후 상실감도 컸을 테고, 현실은 진아를 가만 두지 않았을 거고. 법적 싸움도 했고. 제주도에 내려간 건 많은 것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올라와서 좀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물렁한 듯 보였던 윤진아는 후반부에 사내 성추행을 고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정영인 부장(서정연 분)과 금보라 대리(주민경 분) 정도였다. 평소 신임을 얻었던 조대표(김종태 분)까지 조직을 위한답시고 가해자 공철구 차장(이화룡 분), 남호균 이사(박혁권 분)의 편을 들어, 윤진아는 고립됐다. 피해자임에도 회사를 나와야 했다.

    '예쁜 누나' 윤진아는 극 초반만 해도 어떤 부탁과 무리한 요구도 거절하지 않고 비위를 잘 맞춰 '윤탬버린'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후반부에선 부당한 폭언과 성희롱 등에 문제를 제기한다. 3년 동안 회사와 싸우지만 결국 지고 만다. (사진=JTBC 제공)

     

    결국 회사와의 싸움도 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손예진은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 너무 슬펐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 사건이 있으면 직장과 피해자가 싸움 했을 때 몇 년의 시간이 걸린대요. 그 시간 동안 거의 다 무너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슬펐어요. 감독님은 '진아는 3년의 시간을 버틴 거야'라고 하셨어요. (진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는 사실 가늠하기 힘들죠."

    ◇ 윤진아와 가장 다른 점은 '솔직함'

    윤진아는 극중 35세 미혼 여성으로 커피 전문점 슈퍼바이저다. 손예진은 시청자들이 가장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1회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윤진아를 연기하는 손예진이 아니라, 윤진아로 봐 주기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감독님과 저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잘해야지!' 하는 태도가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서 내추럴하게 가려고 노력했다. 윤진아가 되기 위해 말투를 바꾼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손예진이 아닌 '윤진아'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해 본 적 없지만, 손예진은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30대 여성'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연기를 위해 특별히 뭘 알아보러 다니진 않았다. 그는 "그냥 살면서 만났던 직장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잘 쌓여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대본이 워낙 사실적으로 잘 쓰여져 있던 덕이라고 작가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윤진아와 어느 정도로 닮았는지 묻자 "가장 다른 부분은 전 아주 솔직한 편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가 상처를 받더라도 저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함이라는 게 굉장히 큰 장점일 수 있지만 내 이야기를 다 해 버린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진아는 다 삼키는 사람이다. 정작 자기 얘기한 건 준희한테 나중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네가 알기나 해?'라고 하는 정도"라며 "누군가에게도 상처와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게 진아였던 것 같다. 어느 지점에서는 이해되고 짠했고,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건 나이가 비슷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였다.

    배우 손예진 (사진=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준희와 사귄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했을 때 아빠(오만석 분)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무릎 꿇은 채 우는 장면도 처음에는 의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친구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였다는 걸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고.

    윤진아-서준희 둘의 교제를 가장 반대했던 진아 엄마(길해연 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진아의 자존감을 깎는 말을 자주 하고, 집안과 직업 좋은 남자에게 빨리 시집 보내려는 진아 엄마의 '극성맞음'은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에 손예진은 "이런 엄마가 어딨냐고 하는 분도 있는데 전 주위에 많아서 진짜 모든 게 이해가 됐다"며 웃었다.

    손예진은 "사귀는 것, 결혼 반대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되게 리얼하다고 생각했다"며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고, 부모 자식이니까 할 수 있던 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16부까지 다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이해되고 공감 갔다"며 심지어 성추행 가해자인 공차장, 남이사마저도 짠해 보였다고 말했다. 손예진에게 '예쁜 누나'는 '여러 부분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다.

    (노컷 인터뷰 ② 손예진 "수동적 캐릭터에서도 뭘 표현할 수 있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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