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나라 살림을 들어먹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강남‧서초지역 유세 현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들어와서 살림 반쯤 들어먹고 물러났지 않았는가"라며 "그것을 우리(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 9년 동안 좀 살려놨더니 그것을 지금 (문재인 정부가)들어먹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살림을 살리고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살림을 망쳤다는 홍 대표의 주장, 사실일까?
(사진=자유한국당 보도자료 캡처)
한 나라의 경제는 국민소득, 고용지수, 국가채무 등 다양한 지표로 설명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하는 국가채무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채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때는 5년간 약 133조원, 이명박 정부 때는 134조원의 채무가 늘어났다.
국가채무가 가장 많이 늘어난 때는 홍 대표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채무가 137조원 증가했다. 이는 전임 정부의 5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파동 등 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것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활성화 정책을 펼친 여파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채무에 대해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 김숙진 사무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채무 수준은 작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정부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국가 채무가 완만히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채무는 GDP 대비 38%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재정수지를 살펴봐도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재정수지는 지난 15년간 등락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합재정수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통화재정수지의 적자 액수가 가장 많았을 때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경제심리지수에서도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심리지수가 가장 나빴던 때는 세계금융위기가 있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수가 3년 만에 100을 넘기도 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과거보다 나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밖에도 경제를 설명하는 실업률, 고용률, 가계소득, 가계지출 지표에서도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나쁘다는 지표를 찾기 어려웠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른 가계 소득과 지출 현황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특정 정권에서 수치가 높거나 낮지 않았다.
실업률도 문재인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1월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역시 이명박 정부 때 가장 높았다.
고용률 지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가장 낮아졌던 고용률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에서 작성하는 국내총생산 실질성장률도 큰 차이가 없었다.
2017년 4/4분기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후 높은 수치로 반등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살림을 반쯤 들어 먹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살림을 살리고, 문재인 정부가 다시 살림을 거덜 낸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홍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