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농민 故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숨질 당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5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모 전 서울청 4기동단장(총경)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살수차 조작요원 한모 경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모 경장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수차 운영지침에 구 전 청장이 허가권자로 명시돼 있지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며 "결국 구 전 청장으로서는 안전한 살수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원칙으로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전 청장은 시위 이전에 이뤄진 대책회의에서 매뉴얼 준수를 강조하며 살수차는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꼭 절차를 지켜서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신 전 단장 등에 대해 "그 상황에서 꼭 그렇게 살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구 전 청장 등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백씨가 살수차로 직사 살수에 맞아 숨지는 데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백씨 측은 곧바로 1심 판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은 당시 상황지휘센터에서 CCTV, 유·무선 보고를 통해 현장을 파악하고 있었고, 신 총경에게 무전기로 '쏴, 쏴' 하면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살수를 지시·독려했다"며 "현장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체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형식 논리에 치우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사법부가 아직도 경찰 공권력의 위법행위에 너무나도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피고들의 주요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도, 최고 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상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한모 경장에게 내려진 선고는 과실치사보다 공문서위조 혐의가 더 무겁게 적용됐다"며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한 사람의 국민이 생명을 잃었는데 그 죄보다 공문서위조가 더 위중한 죄라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투쟁본부 측은 검찰에 항소할 것을 요구했으며 검찰 역시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조만간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