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강릉, 평양, 베이징, 찍고 파리! 열차로 70만원"

사회 일반

    "강릉, 평양, 베이징, 찍고 파리! 열차로 70만원"

    대동강서 셀카찍기? 남북철도 열린다
    서울에서 런던까지...1주일 정도 걸려
    돈 퍼주기? 유라시아 물류 중심 될것
    기차서 北 사람 만나...도시락 나눠먹기도
    "열차여행은 종합선물세트..맘껏 상상하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흥수 (철도기관사,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요즘 여름휴가 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만약 판문점 선언이 잘만 이행된다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된다면 기차로 파리 여행, 독일 여행 갈 날도 올 것 같습니다. 너무 허황된 얘기처럼 들리신다고요? 아닙니다. 지난 1일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철도협력분과 회의를 개최하는 걸로 이미 합의가 됐습니다. 사실 남북 정상이 마실 가듯 만나고 북미 정상도 만나서 종전 선언까지 하는 마당이라면 철도길 연결하는 거, 이거 못 할 일 아니죠.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같이 상상을 해 보겠습니다. 2003년에 경의선 철도 연결 당시 직접 화물열차를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그 기관사분이세요. 23년차 기관사이자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박흥수 기관사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박 기관사님, 안녕하세요.

    ◆ 박흥수>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요샛말로 뭔가에 빠진 사람을 덕후라고 하는데 별명이 철도덕후시라면서요.

    ◆ 박흥수> 네. (웃음)

    ◇ 김현정> 요새는 뉴스 들으면 항상 설레시겠어요.

    ◆ 박흥수> 가슴이 뛰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우리가 막연한 상상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근거가 있는 유추인 거죠?

    ◆ 박흥수> 근거가 충분히 있고요. 이미 오래전에 70년, 80년 전에는 대륙으로 열차가 달렸던 길이기 때문에 그걸 복원하는 역사적 시기가 온 거죠.

    ◇ 김현정> 그렇죠. 4.27 판문점 선언을 들여다보면 여러분,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서 활용하기 위한 어떤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지금 끊어진 부분들을 연결하고 그리고 평화협정 맺어지고 이렇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남한과 북한이 철도로 연결된다, 이런 거예요?

    ◆ 박흥수> 맞습니다. 그리고 이제 교류가 좀 더 활성화되면 서로 상호 합의 하에 평양의 일정 구간, 개성의 일정 구간 상호 방문할 수 있게 하거나 이산가족 상봉할 수 있는 자유구역으로 정도로 설정하게 되면, 기차를 타고 북측으로 가서 시내의 거리도 볼 수 있고 대동강변을 배경으로 셀카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대동강변 가서 대동강 맥주 들고 셀카 찍는 거예요? (웃음)

    ◆ 박흥수> 네. 그렇죠.

    경의선 문산역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러면 한번 계획을 짜보겠습니다. 열차를 제가 동해에서 탔어요. 혹은 부산에서 탔어요. 타고 그 열차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 최장 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겁니까?

    ◆ 박흥수> 런던까지 갈 수 있고요. 쉽게 열차여행으로 유럽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도 한 7, 8일 정도면 주파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됩니다.

    ◇ 김현정> 표값은 얼마나 나올까요?

    ◆ 박흥수> 지금 블라디보스토크까지 3등칸 기준으로 한 50만 원에서 60만 원 사이인데요. 서울에서 출발해도 그 정도거나, 좀 더 들거나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 편집자주 : 서울에서 출발해 베를린까지 간다면 현재 요금 기준으로 대략 60-70만원 사이로 추산됩니다. 실제 환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구간 열차는 3등칸 기준 20~30만원대입니다. 하지만 모스크바-베를린 국제열차는 3등칸이 없기 때문에 더 비싼 칸을 이용해야 합니다. 또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길은 새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거리도 조금 더 긴 관계로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구간보다는 더 비싼 요금이 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런 얘기 하실 거예요. 우리 돈 너무 많이 드는 거 아니냐, 퍼주기 아니냐. 이렇게 해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얻는 득이 도대체 뭐냐, 이런 얘기하실 수도 있어요.

    ◆ 박흥수> 그런데 사실 어쨌든 영구적으로 굉장히 남북한에 이득이 되는 거다. 특히 한 40여 일 걸리는 해운으로 유럽을 가는 것보다 3분의 1 이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요. 비용도 마찬가지로 절감되는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산이라든지 인천항이 유라시아 물류의 어떤 출발점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우리가 이왕 신나는 상상해 본 김에 사실 열차여행에 대한 어떤 우리의 추억이라는 게 많이 없어요. 워낙 우리는 고속도로로 다 달릴 수 있는 정도의 좁은 국토라서 사실 열차여행의 추억이라는 게 별로 없는데 그런 장거리 여행을 열차로 할 경우에는 재미있는 일도 많겠어요.

     

    ◆ 박흥수> 열차는 교묘하게 폐쇄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열린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폐쇄됐는데 열렸다?

    ◆ 박흥수> 열차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그 안에 갇혀 있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박흥수> 그런데 그 닫혀 있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색과 말도 다르지만 서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그 속에서 중간 중간 열차역에 내려서 도시를 둘러보는 그런 것들도 여행의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장거리 열차여행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진=스마트자료사진)

     

    ◇ 김현정> 되게 멋있는 말이네요. ‘폐쇄된 공간이지만 열린 공간이다.’ 시베리아 열차 타고서 북한 사람도 만나보신 적 있으시다면서요?

    ◆ 박흥수> 블라디보스토크 처음 열차에 탔을 때 한 칸에 먼저 열차를 승차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24명이 같이 있었고요. 처음에는 서로 멀뚱멀뚱 눈만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음) 그런데 그분들이 도시락을 꺼내놓기 시작했어요. 이분들이 너무 순박해서 설마 진짜 그러리라는 생각을 못하고 형식적으로 맛이나 좀 보라고 한 거죠. 그런데 이제 저희들
    이 ‘남조선은 자본주의사회라 염치가 없어서 거절 안 합니다.’ 하고 딱 달라붙어서. (웃음)

    ◇ 김현정> (웃음) 도시락 나눠 드셨어요?

    ◆ 박흥수> 네. 같이 밥을 나눠 먹다 보니까 서로 왜 이런 여행을 하게 됐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알아보니까 그분들은 중국으로 외화벌이 가는 노동자분들이었고요. 그분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듣고 또 저희들의 얘기도 하다 보니까 서로 점점 친해지고 또 정차역에서는 치타역 같은 데서는 제가 이제 북한 동무한테 ‘미제의 숨은 맛을 한번 보시라요.’ 하면서 코카콜라도 줬더니 북한 동포가 ‘남조선분들 농담도 잘하시네.’ 하면서 아주 맛있게 받아먹고. (웃음) 맛있게 먹었던.

    ◇ 김현정> 맛있게 코카콜라 드시고. 그러니까 조금 전에 그러셨잖아요. 폐쇄된 것 같지만 열린 공간이다. 그 말이 딱 맞네요. 거기서 남북평화가 한번 이루어졌네요, 열차에서. 부럽습니다. 빨리 정말 평화 분위기 조성되고 기찻길 연결돼서 저도 북한도 가보고 중국도 가보고 열차 타고 프랑스까지 가볼 수 있는 그 열린 공간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 박흥수> 신의주까지 가는 열차에서 중간 개성이나 평양에서 찐 계란을 까먹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찐 계란 까먹으면서 소세지 같이 까먹으면서.

    ◆ 박흥수> 그렇죠. 찐 계란과 사이다는 또 열차여행의 묘미죠.

    ◇ 김현정> 그럼요. 김밥도 좀 같이 나눠 먹으면서. 그런 날 꿈꿔보겠습니다. 이게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고 하니까 더 마음껏 상상해 봐도 되겠네요.

    ◆ 박흥수> 충분히 상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김현정> 오늘 상상의 나래 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흥수>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23년차 철도 기관사세요. 2003년에 경의선 철도 연결 당시 직접 운행을 했던 바로 그분입니다. 박흥수 기관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