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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잘 쉬며 드라마 만들기, '예쁜 누나' 현장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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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고 잘 쉬며 드라마 만들기, '예쁜 누나' 현장은 해냈다

    '예쁜 누나' 배우들이 말하는 현장 이야기
    하루 평균 9시간 촬영, 밤샘 촬영과 고성 없어
    미리 완성된 대본과 편집점까지 고려한 철저한 콘티 덕

    지난달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촬영현장에서 안판석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이 배우, 스태프들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JTBC 제공)

     

    "드라마라는 작업이 워낙 힘들고, 그래서 내가 과연 몇 개월 동안 잘할 수 있을까 걱정과 우려가 많이 됐어요. (…) 워낙 배우들 사이에서는 (안판석) 감독님에 대한 미담이 굉장해요. 같이 작업했던 분들은 다 엄지손가락 치켜드는 분이라서 결국 선택했어요. 앞으로 감독님 말고는 다른 감독님이랑 (작업을) 못할 것 같아요." _ 3월 28일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제작발표회 中 손예진

    흔히 '드라마 현장'이라고 하면, 만만치 않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환경이 자연스러운 곳으로 여겨진다. 표준계약서를 적용해 하루 최대 촬영시간을 지키는 편인 '영화 현장'과 비교하면, 훨씬 더 체력적·정신적으로 고되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2016년 tvN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 절망했고, 지난해 tvN '화유기'에서는 스태프가 추락 사고 때문에 하반신 마비를 겪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현재 방송 중인 SBS '시크릿 마더', MBN '리치맨' 역시 하루 20시간 넘는 고강도 노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드라마 현장'은 현장 사정도 모른 채 주장하는 이상향 같이 들린다. 하지만 감독 등 현장 지휘자의 제작 방침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은 가능했다. 지난달 19일 종영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이야기다.

    안판석 감독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인물로 꼽힌다. 앞서 인용한 손예진의 말처럼, 배우들 사이에서는 안 감독이 있는 촬영현장에 대한 호평이 잇따른다. '예쁜 누나'가 끝난 후 진행된 배우들 인터뷰에서도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반응은 일관됐다.

    '예쁜 누나' 관계자에 따르면, '예쁜 누나'는 66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보통 16부작 미니시리즈가 90일대에 끝나는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당시 9회 방송을 앞두고 있던 지난달 26일 열린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에서 손예진은 "이제 15부 거의 다 찍어가고 있고, (촬영 회차가) 7번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19일 종영한 '예쁜 누나'는 종방연을 일주일도 더 앞둔 때 이미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던 '예쁜 누나'가 이렇게 여유로운 일정 아래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일단, 16부작 대본이 한참 전에 나와 있었다. 안 감독은 '예쁜 누나' 중간 기자간담회 때 "대본은 아주 진작에 쓰여졌다. 작년 7월 초부터 쓰기 시작해서 10월 초에 다 끝났다"고 밝혔다.

    '예쁜 누나'에서 서경선 역을 맡은 장소연은 "대본이 먼저 나왔던 게 가장 컸다. 전체 선이 다 그려져 있어,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 배우로서는 참 감사한 기회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본이 다 나와 있어서 스태프도 배우도 자기 역할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안판석 감독이 회식 장면을 찍을 당시 배우들에게 연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JTBC 제공)

     

    한 장면을 여러 각도와 방향에서 찍는 일도 '예쁜 누나' 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안 감독은 달랐다. 그는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까지도 고려해 콘티를 명확히 짰다. 필요한 장면만 찍으면 됐다. 촬영시간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예쁜 누나'에서 서준희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은 "사실 드라마를 찍을 때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밤 새서 찍는 거라고 이미 마음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저는 밤샌 적이 거의 없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을 넘어간 적이 없었다. 오전 11시쯤 세트에서 만나면 밤 11시 안에 끝났다. 잠도 충분히 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해인은 "촬영 막바지였던 어느 날,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해 주셨다. '준희야, 우리가 하루에 찍은 촬영시간이 평균 9시간이더라.' 그만큼 정말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 역을 맡은 손예진은 "감독님은 리허설도 거의 안 하신다. 원 씬, 원 테이크(한 번 촬영한 그대로 가는 것)가 많으셨다. 거의 한 번에 찍고 '자, 끝!' 이러셨다. 그래서 진짜 끝난 것 맞냐고 계속 물었다. 처음엔 적응이 안 돼서. OK를 빨리하시고 한 번에 다 찍으시더라. 두 번도 못 하게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16부까지 끌어오신 건 감독님의 계산이었던 것 같다. 똑같은 걸 자꾸 들여다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지 않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 고갈되는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해 주셨다. 그래서 작품 끝내기가 너무 아쉬웠다"고 전했다.

    영화 '국경의 남쪽'(2006)부터 '예쁜 누나'까지 여섯 작품을 함께해 온 장소연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예전보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는 걸 지향하셨다"며 "최대한 콤팩트하게 찍고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마련해주셨다. 그러면 배우들, 스태프들이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할 수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사진=JTBC 제공)

     

    장소연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스태프들하고 많이 친해졌다. 원래 좋은 분들을 데려오신 건지, 여유로워서 더 살갑게 마음을 쓴 건지 모르겠다. 저도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편인데 (이번 스태프들은) 더 쉽게 편해졌다.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많이 아쉽더라"라고 말했다.

    일정이 촉박하면 주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예민하고 날 서 있게 마련이다. 한 번의 NG에도 고성과 폭언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예쁜 누나' 현장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예쁜 누나'에서 금보라 역을 맡은 주민경은 "안 감독님은 이번에 처음 현장에서 뵙는 거였는데, 소리 한 번 안 지르셔도 포스가 있으셨다. 누군가를 압박하는 게 아닌데도 평온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주민경은 "제주도에서 마지막 촬영하고 보내기 싫어서 너무 슬퍼서 다 같이 울었다. 다들 그러셨나 보다. 고성, 욕설 한번 없었고 찡그린 표정 하는 분도 하나 없었다. 제가 신인이라 현장 분위기가 험악하면 주눅 들기 마련인데 '천천히 해. 네가 준비해 온 것 다 해 봐' 하시니,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신났고 끝나고도 집에 가기 싫어서 계속 주변을 맴돌았다"고 밝혔다.

    '예쁜 누나' 관계자는 "감독님이 반드시 이 촬영계획을 이수하겠다는 어떤 목표의식과 사명감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드라마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하셨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해 보자는 주의였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보통의 드라마 현장이 워낙 힘드니까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것 같다. 저희는 충분히 잤고 밥 시간에 밥을 다 먹었다. 대본이 다 나와 있었고. 가장 기본적인 게 지켜지기가 쉽지 않은 게 드라마 현장인데, 기본적인 걸 지키려고 (감독님이)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안판석 감독의 현장을 경험한 '예쁜 누나' 배우들은 필요한 장면만 빨리 찍었고, 잘 쉬고 잘 자는 등 노동환경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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