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문수(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야권 내 6.13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꼽혔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은 사전투표일인 8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봤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권 독주 견제'를 공감대로 타오르던 불씨가 사그라진 자리는 결국 '네탓 공방'이 대체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희망론도 있지만, 가능성이 크진 않다.
전날 밤 TV토론회 직후 '2차 단일화 담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두 후보는 각자 제 갈길을 갔다.
토론회를 마친 김 후보는 "가서 자야지", 안 후보는 "(오늘 밤) 별 다른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 캠프에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밤 단일화 논의는 전혀 없었다. 각자 귀가했다"며 "김 후보는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층을 아우르는 유일한 후보이기에 사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 된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양측 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김 후보는 '당 대 당 통합'을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제안했고, 김 후보 측은 '당장 통합이 어렵다면 보수통합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의장을 맡자'는 등의 협의안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엔 안 후보 측은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단일화의 정신에 따라 지방선거 후 야권 재편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전달하며 조율을 시도 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소득 없이 사전투표 당일을 맞자 김 후보 측은 "애초에 단일화 할 생각이 없었다"고까지 말했고, 안 후보 측도 "이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양 캠프에선 그동안 쌓여왔던 서로에 대한 불만도 분출하고 있다. 단일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기는 공방도 펼쳐지는 모양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8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 담판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를 만나서 '내가 중도확장성이 더 있으니까, 내게 양보해 달라'라고 했다더라. 그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아니잖느냐"며 "단일화 무산의 원인은 안 후보의 정치적인 수가 얕았던 데 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갖고 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 안 후보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적폐세력과의 당 대 당 통합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박원순 시장의 7년 무능 시정을 심판하기 위해 '두 사람이 합쳐야 한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야권 다수 지지자들의 열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선 그 민심에 부응해 야권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었다"며 "단일화를 정계개편을 하기 위한 도구나,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것 자체를 적폐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 때문에 야권이 패할 경우,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선거일인 13일 직전까지도 단일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여전히 김 후보의 핵심 주장은 '통합'이고 안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현실화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도 "제가 오늘 아침에도 안 후보와 분명하게 얘기를 했다"며 "안 후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당 대 당 통합이나 연대 등의 논의는 있을 수도 없고,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단일화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는 확실한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