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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제 폐막…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고 영화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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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영화제 폐막…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고 영화 만들기를"

    [현장]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식
    입시 준비 중인 10대부터 육아맘까지 여성 영화인 다수 수상
    김선아 집행위원장 "내년엔 더 완벽하게 준비할 것"

    7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지난달 31일 개막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화려하게 폐막했다.

    7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의 폐막식이 열렸다.

    스무 돌을 맞아 올해 처음 도입된 국제장편경쟁에서는 '애니멀'(감독 카타리나 뮉슈타인)이 작품상을, '행복하길 바라'(감독 양밍밍)가 감독상을, '나는 태양의 한 방울'(감독 엘렌 나베리아니)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애니멀'의 카타리나 뮉슈타인 감독은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행복하길 바라'의 양밍밍 감독은 "저의 첫 단편이 6년 전에 만들어졌고, 그 이후 수많은 일이 있어서 이제 장편을 만들게 됐다"며 "모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는 제가 감독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다. (이번 수상이) 엄마가 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는 태양의 한 방울'의 엘렌 나베리아니 감독은 "영화제에서 정말 훌륭한 감독님들과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감독님께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절대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영화 만들어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나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생긴 한국장편경쟁에서는 '구르는 돌처럼'(감독 박소현)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 감독은 "수상 힌트를 주시는 줄 알았는데 20주년 여성영화제가 보안이 굉장히 철저한지 저는 정말 전혀 준비를 못 하고 나왔다"며 "처음 신설된 특별한 해에 이렇게 너무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아시아단편경쟁에서는 '자유연기'(감독 김도영)가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2호 유니폼'(감독 우 헝이)이 받았다. 안형혜 감독의 '화려한 외출'은 상을 받지 못했지만 심사위원의 특별 언급이 있었다.

    2관왕을 기록한 김 감독은 "저는 굉장히 영화를 늦게 시작했는데 이 상이 제게는 좋은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저희 아이들을 지금 저희 시아버님이 보고 계시는데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여름 영화를 위해 헌신한 배우들에게 고맙다. 계속해서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2호 유니폼'의 우 헝이 감독은 "초청해주신 영화제 관계자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놀랍고 귀한 경험을 했고,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도 기쁨과 영광을 느낀다"면서 "미투 등 여성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나면서 언젠가 여성도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장편경쟁 작품상 수상작 '애니멀', 한국장편경쟁 작품상 수상작 '구르는 돌처럼', 아시아단편경쟁 작품상 수상작 '자유연기'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확대이미지

     

    국내 십대 여성 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 부문 아이틴즈에서는 '수연'(감독 임시연)과 '영화로운 19삶'(감독 이효정)이 작품상을 받았다. 관객상은 'B틀어주세요'(감독 현수민)가 받았다.

    임 감독은 "제 영화는 수연이라는 여중생이 과외선생님에게 애정을 보이다 틀어지는 것을 통해 관계에 대한 성장통을 그렸다. 첫 연출작이다. 고3이고 영화과 입시 준비하면서 힘들었는데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저는 2009년 여성영화제에서 두 작품의 배우로 왔고, 20회에는 아이틴즈 감독으로 와서 뜻깊다. 35회쯤 될 때 제가 심사위원으로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현 감독은 "B급 영화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면서 영화 다양성이 부족한 현재 (한국 영화) 산업 구조를 비판한 영화였다. 저만 B급 영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실 줄 몰랐다"며 "한국에서 B급을 많이 알릴 수 있는 B급 영화감독이 되어서 영화 다양성을 높이고 싶다"는 재치있는 수상소감을 내놨다.

    여성 기획자의 영상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공개 피칭 프로그램 '피치&캐치'에서도 다수의 수상작이 나왔다.

    극영화 부문에서는 '69세'(감독 임선애, 프로듀서 박관수)가 메가박스 대상을 받았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감독 홍성윤/프로듀서 박운아), '육식공룡의 연주'(감독 김정은/프로듀서 김미선), '장송곡 싱어'(감독 조현진/프로듀서 정한결), '창귀전'(감독 임규리) 4편이 메가박스 우수상을 받았다. 관객 인기상은 '장송곡 싱어'였다.

    임선애 감독은 "'69세'는 성폭력 피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제가 육아맘이기도 하고 영화를 한창 열심히 하다 잠깐 경력단절이 되기도 했는데, 영화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저를 발굴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좋은 영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윤 감독은 "사실 저는 한 게 아무것도 없고 박운아 PD님이 다 해 주셨다"며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앞으로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감독은 "본선 진출한 것만으로 기쁜데 좋은 동료 감독님들 만날 수 있어서 더 기뻤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규리 감독은 "피치&캐치를 통해 진짜 너무 많은 걸 배우고 간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쓰겠다"고 전했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틴즈 작품상 수상작 '수연'과 '영화로운 19삶'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확대이미지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외길식당'(감독 박강아름/프로듀서 김문경)이 옥랑문화상을, '걍 집에 있을걸'(감독 최빛나), '그대 나의 동료가 되라'(감독 정다솔), '신시'(감독 장은주/프로듀서 김상숙), '워킹 투게더'(감독 홍유리/프로듀서 김대현)가 진진 우수상을 받았다.

    박강아름 감독은 "여성영화제는 제가 항상 흠모하는 영화제였다. 이런 곳에 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영화는)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이 가부장제는 어디서 오는지 발견하고 성찰하는 이야기다. 현재 남편이 독박 육아 중인데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관왕을 차지한 정다솔 감독은 "저의 성폭력 경험에 관한 영화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싶었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용기가 안 났다. 하지만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마음을 많이 봐서 힘이 났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은주 감독은 "피치&캐치에 이런 콘셉트의 작품이 처음 올라왔다고 해 응원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만들겠다"고 전했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지난해 4개 관에서 올해 6개 관으로 상영 규모가 확대돼 좌석 수가 150% 늘었지만, 작년 대비 동일 시점 예매 관객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147개 작품이 상영되는 178회 상영회차 중 90회차에서 GV와 스페셜 이벤트를 마련해 관객 참여를 넓혔다.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20주년을 맞아서 정말 느낌이 왔다. 저는 성공할 줄 알았다. 예매창 서버 다운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뜨겁겠구나 느낌이 왔다"며 "그러나 6개의 국제영화제 중 우리가 가장 작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관객분들이 굉장히 호응해주셨고 관객도 30% 증가했고 (영화제) 사이즈도 커졌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 앞으로도 더 크게 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프로그래머들, 사무국 스태프들에게 진짜 고맙고,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저희 영화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년에는 더, 더,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여러분들을 다시 맞겠다"고 강조했다.

    이혜경 조직위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만의 개성으로 보고, 다듬고, 달려오신 여러분들의 열정과 끈기, 용기 이 모든 것에 치하 드린다"며 "후원 부처와 기업, 후원 회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라', '여성들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라는 그 모든 것을 해 나가도록 차곡차곡 준비하겠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여러분 21회 때 만나자"고 당부했다.

    1997년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 영화인 발굴 및 여성 영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영화제다.

    7일 열린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식에서 이혜경 조직위원장이 폐막 선언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아 집행위원장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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