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도매법인(대아청과 제외)의 거래금액 등의 변화 (단위 : 백만 원) (그래프=공정위 제공)
국내 최대규모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농산물시장내 4개 도매시장법인들이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농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10년 넘게 담합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서울 가락시장내 4개 도매시장법인이 위탁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공동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앙청과, 서울청과, 한국청과, 동화청과, 대아청과 등 5개 도매법인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으로 지난 2002년부터 표준하역비 부담주체가 출하자에서 도매법인으로 변경되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법안 시행 이후인 그해 4월 8일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 모여 농민 등 출하자에게 받는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래금액의 4%에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한 법안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위탁수수료에 이를 포함시켜 부담을 다시 농민에게 전가시킨 것.
또 2003년부터는 3년에 한 번씩 품목별 정액 하역비를 일괄적으로 5~7% 인상시키고, 그 인상분을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했다.
이같은 담합행위는 현재까지 이어져 출하 농민들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불합리한 시장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서울가락 도매시장 유통구조 (그래프=공정위 제공)
실제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들 도매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중앙청과가 22.04%, 서울청과가 18.05%, 한국청과가 18.07%, 동화청과가 15.82%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도․소매업종 평균 영업이익률은 2.8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중앙청과에 32억 2400만원, 서울청과 21억 4100만원, 한국청과에 38억 9100만원, 동화청과에 23억 5700만원 등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다만 5개 도매법인 가운데 하나인 대아청과는 지난 2004년부터 위탁수수료를 달리 정하며 담합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아 이번 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번 담합행위 적발에 그치지 않고 도매법인 간 위탁수수료 경쟁 등을 촉진해 출하자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관계부처에 권고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들 도매법인들은 서울시의 지정을 받아 영업하면서 지난 20여년간 신규 진입 없이 6개 법인으로 유지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위탁수수료 등의 담합행위를 해왔다"면서 "관계부처는 이들 도매법인들의 시장 개설과 운영을 포함한 도매시장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 방안으로 △도매법인 신규지정 및 재심사 등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 △위탁수수료 산정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품목별) 산정기준 마련 △ 도매법인들의 경영정보에 대한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