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진실이 밝혀지고 제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는 도주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재판부에 석방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우 전 수석에 대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부하나 상급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함께 근무한 청와대 파견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많이 남은 만큼 석방되면 진술 회유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에 대한 인부(인정·부인)를 밝히지 않는 등 재판 절차를 지연시켰다"며 보석을 허가하지 말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은 "동의할 수 없다"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검찰 주장을 직접 반박했다.
그는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 "같이 근무한 직원들의 증언을 들어봤을 때 오히려 현직 공무원의 입장이라 일부 사실대로 말씀 못 하는 부분이 있으면 있었지, 이미 구속까지 돼 있는 제가 증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과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도주 우려에도 "검사를 23년을 했는데 피고인이 도주하면 변명의 여지 없이 본인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사실대로 밝혀서 정당하게 재판받고 싶다. 도주하고 싶은 생각이 단 요만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라며 자신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의 법리적 문제점도 거론했다.
그는 "청와대에서는 어떤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떤 기관에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단지 앞선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가 기준이었다"면서 "대한민국은 성문법 국가지만 단 청와대 영역 안에서는 관습법 국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것은 직권남용이라고 갑자기 규정하고 형사 처벌했을 때 이런 법에 따라서 했다고 내세울 수 없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방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우 전 수석의 보석허가 여부는 재판부가 추후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