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북미정상의 회담의 여파로 국내 정치는 완전히 잠식당한 하루였다. 여야 간 서울시장 후보들도 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련 반응을 내놨다.
3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는 “북미회담을 계기로 ‘서울 디스카운트’는 가고, ‘평화 프리미엄’이 올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극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중요한 건 대한민국이 빠져있다는 것”이라며, 회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패싱’ 당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북핵 폐기의 시작일 뿐”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후보는 회담이 마치기 전인 오전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은 전쟁불안과 안보불안 때문에 줄곧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이젠 동북아 평화중심도시 서울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회담과 선거를 연관 지은 발언으로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박 후보는 “중앙 정부와의 협력과 함께 시장으로 다시 당선된다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평양을 방문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오전 국회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패싱’을 주장했다. 김 후보는 “그쪽(북한)은 핵이 있고 우린 없기 때문에 핵 있는 미국과 김정은이 이야기하고 있고, 핵 없는 우리는 이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사안인 반면, 문 대통령은 배제돼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강남역 유세에서 “오늘 회담은 핵을 가진 자들끼리의 회담”이라며 “핵 없는 우리는 빠지라는 것. 이것이 냉정한 국제외교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 논리를 편 셈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북미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핵 폐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모호하면 실행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과 합의 조율을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합의 내용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가역적 비핵화)’가 포함돼 있지 않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발언이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은 북한과 협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대북특사를 뽑는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박 후보가 북미회담 성과를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