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북미정상회담이 12일 막을 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시간여의 회담 끝에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세기의 회담'을 연출한 양 정상으로서는 '얻은 것'이 분명하다는 평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했다.
인민복을 입고 파일을 옆에 끼고 회담장인 카펠라호텔로 향한 김 위원장의 모습은 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보다 키가 더 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는다든가,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는 모습은 전세계인들에게 북한의 정상으로서 미국과 동등하게 상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 지도자로서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된 상태지만 김 위원장의 경우 지난 중국 방문이나 1,2차 남북정상회담 정도일 뿐 외부로 노출된 적이 상대적으로 적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중국 외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북한 정상'으로서의 의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북한은 그간 대화 국면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전면에 나선 것 등은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침으로서 타국과 마찬가지로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앞서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때 김 위원장은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man)'으로 비꼬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시종일관 예의바른 자세로 김 위원장을 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든가, "맞다(That's true)"라며 공감을 표시한 것 등이 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 언론 내 '뭇매'를 맞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번 회담 계기 공동합의문에 명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 직전 '수차례 더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종의 '살라미전술'을 염두에 두고 이번 회담에 임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결국 향후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문제 등을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회담 시작 전 앞서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을 송환받은 것과 7개월동안의 핵실험 중지 역시 성과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역대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북미 정상간의 만남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명문화했다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자마자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비핵화 실현 과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