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거대한 먼지폭풍에 휩싸여 절명 위기에 놓였다.
NASA에 따르면 오퍼튜니티는 지난 10일 마지막 신호를 보내왔으며, 12일 밤 NASA 통제센터의 신호에 응답하지 않는 등 접촉이 끊긴 상태로 먼지폭풍이 가라앉은 뒤에야 회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NASA는 화성의 4분의1 가량을 휘감고 있는 먼지폭풍이 앞으로 며칠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먼지폭풍이 가라앉더라도 오퍼튜니티가 태양 빛으로 재충전할 정도로 하늘이 맑아지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ASA 관계자들은 그러나 '인내의 계곡'(Perseverance Valley)에서 어둠에 묻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는 오퍼튜니티가 과거에도 먼지폭풍을 견뎌낸 만큼 이번에도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탐사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지난 2007년 대형 먼지폭풍 때 며칠간 신호에 응답을 못한 적이 있지만 휴면에서 깨어난 뒤 탐사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골프 카트 크기의 오퍼튜니티는 지난 2003년 화성의 암석과 토양을 조사하기 위해 '스피리트(Spirit)'와 함께 발사됐다. 이듬해 화성에 착륙해 탐사활동을 시작했으며, 스피리트가 2010년 작동불능 상태가 된 것과 달리 오퍼튜니티는 올해까지 15년째 탐사활동을 이어왔다. 원래 90일간 탐사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 50배 이상으로 수명을 늘려 활동해온 셈이다.
바퀴가 6개인 오퍼튜니티는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을 조달한다. 지난달 말부터 먼지폭풍이 전례 없는 속도로 커지면서 태양 빛을 가려 충전을 할 수 없게 되자 휴면상태로 들어갔다. 현재는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시계를 제외한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화성의 모래폭풍은 시속 110㎞ 달해 허리케인급에 가까우며, 먼지를 수십마일까지 날아올려 낮을 컴컴한 밤으로 만든다. 지금의 먼지폭풍은 북미 대륙과 러시아를 합한 광활한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근에서 탐사활동을 하는 '큐리오시티(Curiosity)'는 핵 추진 로봇이어서 먼지폭풍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NASA 관계자들은 이번보다 더 심한 먼지폭풍 때도 먼지만 약간 쌓였을 뿐 오퍼튜니티가 먼지에 파묻히거나 바퀴가 빠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오퍼튜니티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칼라스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폭풍은 위협적이며 얼마나 지속할지, 모래폭풍이 가라앉은 뒤 어떤 환경이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우리 팀은 매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