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예상 밖 대승을 거뒀다. (그래픽=제주CBS)
원희룡 제주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 큰 격차로 문대림 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재선에 성공했다.
제주도의원 선거나 정당 득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점을 볼때 실용적인 선택을 하는 제주 특유의 표심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주지사 선거 최종 개표결과 원희룡 무소속 후보는 51.7%를 득표해 문대림 민주당 후보 40%를 11.7%P차이로 크게 이겼다.
득표수로는 원희룡 후보가 17만 8255표, 문대림 후보가 13만 7901표를 각각 얻었다.
고은영 녹색당 후보가 3.5%로 3위를 차지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김방훈 후보(3.3%)를 제치는 또다른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는 1.5%에 그쳤다.
반면에 제주도의원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를 했다. 도의원 지역구 31곳 가운데 80%인 25곳에서 민주당이 이긴 것이다.
한국당은 1곳에 그쳐 보수 몰락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줬고 바른미래당이 1곳, 무소속이 4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54.3 %를 득표해 비례대표 7석 가운데 4석을 가져갔고 자유한국당(18%)과 정의당(11.9%), 바른미래당(7.5%)이 각각 1석씩을 나눠 가졌다.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정당득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그래픽=제주CBS)
선거기간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5% 안팎을 기록했고 민주당의 정당지지율도 55%를 넘나 들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제주도의원 선거구는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제주도지사 선거에선 접전을 벌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 문대림 후보가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 대패했다.
이유는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아무리 좋아도 도지사 후보가 마음에 들어야 찍어주는 제주 특유의 표심에서 찾을 수 있다.
문대림 후보는 지난 4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유리의성과 부동산투기 의혹,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 역임 사실 등이 불거지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고 타미우스 골프장 명예회원권 수수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민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특히 이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적이 있던 문 후보는 제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사실상 신인이었고 참신성과 도덕성, 토론회 활용 등으로 승부해야 했지만 오히려 국회의원 3선과 제주도지사까지 한 원희룡 후보보다 더 구태세력으로 비치게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같은 틈새를 파고들며 인물론으로 승부했다. 제주도 인재를 여기서 죽일 수 없다는 도민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원 지사는 또 4년전 공무원 줄세우기 시절로 돌아갈 수 없고 제주판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한번 더 도지사로 선택해 달라는 읍소 전략을 폈다.
제주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하며 대부분 지역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그래픽=제주CBS)
특히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보수 정당 소속에서 과감히 탈피해 무소속을 선택한 것도 신의 한수다.
원 지사는 선거기간 철저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인기를 활용하는 전략을 짰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추모 논평을 내는 등 자유한국당과는 철저히 차별화했다.
심지어 토론회 등을 통해선 정치를 하며 가장 후회하는 일로 당론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일을 꼽았고 도민이 원하면 민주당에 입당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구태정치 프레임이나 인물론, 토론회 검증 등에서 원희룡 후보가 오히려 문대림 후보를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결국 도지사 선거는 원 후보의 대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흔히 제주도 정서를 '정당보다는 괸당'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3곳 모두 4차례 연속 민주당 계열이 승리했고 제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계열이 2차례 이겼다.
이번 제주도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싹쓸이 했고 자유한국당은 몰락했으며 진보정당은 선전했다. 녹색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제주도지사 선거 3위를 했고 정의당은 도의원 비례대표 정당득표에서 11.9%를 얻어 전국 상위권의 득표율로 당당히 제주도의회에 입성했다.
결국 인물이 좋으면 인물을, 정당이 좋으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과 후보가 맘에 안들면 과감히 심판하는 실용적인 선택을 제주도민들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