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보수진영은 6‧13 지방선거에서 총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개를 여당에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보수정당 입장에서 사상 최악이라는 광역‧기초단체장 성적표보다 광역‧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더 참담했다.
여풍(與風)이 전국을 강타한 결과, 대전과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정당 소속 시의원(비례제외)이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하는 등 진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이같은 결과는 보수진영에 더 뼈아프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발표한 개표 자료에 따르면, 비례대표를 제외한 광역‧기초의원 선거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시의원 19석과 세종시의원 16석을 싹쓸이했다.
인천에서는 총 33석에 이르는 시의원 중 32석을 민주당이 차지했고, 자유한국당이 1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총 129석에 이르는 경기도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이 차지한 1석을 제외한 128석을 독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시의원 100석 중 민주당은 97석을 얻은 반면, 한국당은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TK(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29석이 걸려 있는 충북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6석, 한국당이 3석을 차지했다. 부산시의원 선거에서도 총 42석 중 민주당 38석, 한국당은 4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국당의 안방인 TK를 공략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 텃밭’인 구미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장세용 후보는 40.8%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동안 보수정당의 우세 지역이었던 부산에서는 오히려 16개 구청장 중 13개를 민주당이 확보하면서 2개에 그친 한국당을 압도했다. 현 여권이 최초로 부산시장을 탈환한 게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결과는 단순히 한국당의 패배를 넘어 보수진영의 몰락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얻은 지지율(24.03%)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21.41%)을 합치면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41.08%)을 4%p 가량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 내 후보 단일화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한국당 김문수 후보(23.3%)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19.6%)가 힘을 합쳐도 박원순 후보(52.8%)를 이기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PK(부산‧경남)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서병수 후보(37.2%)와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4.0%)의 지지율을 합산해도 민주당 오거돈 후보(55.2%)보다 현저히 낮은 결과를 기록했다.
경남지사에 당선된 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52.8%) 또한 한국당 김태호 후보(43.0%)와 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4.2%)의 지지율 합산 수치보다 높았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보수진영이 우위을 점해왔던 우리나라의 선거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고강도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7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수진영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탄핵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