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뒤끝작렬] "김문수 전 지사님, 번지수가 한참 틀렸습니다"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뒤끝작렬

    [뒤끝작렬] "김문수 전 지사님, 번지수가 한참 틀렸습니다"

    뉴스듣기

    (사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얼마 전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며 "김정은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이런 정부는 진보가 아니라, 야만 정부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문재인 정부가 남북-북미 회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북한인권 문제 제기를 포기했다는 식으로 해석됐습니다.

    '진보 세력은 북한 인권문제에 무관심할뿐더러 문제 제기 조차 금기시한다'는 고전적인 프레임을 씌운 것입니다.

    그런데 통일부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보면 사실관계가 너무 다른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14일 이달 말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그 이유로 '재정 손실 누적'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재단 사무실은 지난 21개월 동안 사실상 비어있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일은 전혀 못하면서 임대료와 초기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거의 20억 원에 가까운 혈세가 들어갔습니다.

    이대로 두면 월 임대료와 관리비로 매달 6천만 원이 넘는 돈을 계속 공중에 날려버리게 된다며 재단이 정식으로 출범할 때까지 일단 사무실은 빼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사당 (사진=자료사진)
    그러면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은 왜 그동안 비어 있었을까요? 바로 국회 때문입니다.

    총 12명인 재단 이사진을 구성해야 하는데 통일부 장관이 추천하는 2명을 빼고 여야가 각각 5명씩 10명을 추천해주어야 합니다.

    2016년 9월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5명, 국민의당에서 1명을 추천했고, 작년 말에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5명의 이사를 추천하면서 11명이 됐습니다. 10명으로 교통정리가 돼야 하는데, 통일부에서 7차례나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여야 모두 무관심했습니다. 야권의 이합집산, 지방선거 등의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났을 것입니다.

    이런 전후사정을 볼 때 일단 김문수 전 지사의 '폐쇄'라는 표현부터 자극적이었습니다. 더구나 김정은 눈치보기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한 당국자는 "마치 국회가 이사진을 확정해주었는데도 북한인권재단이 일을 안 하고 사무실 문을 닫아버린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또다른 당국자도 "혈세 수십억을 계속 낭비하라는 얘기냐"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주 통일부는 임대종료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번 조치는 추가적인 재정 손실을 막기 위한 행정적·실무적 조치로서 북한 인권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가능해지면 즉시 새로운 사무실을 임차해 재단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김문수 전 지사는 보고 싶은 것만 보았고, 그의 지지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관과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력을 갖춘 지도자"라고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문제에 그토록 관심이 많다면 지금 김 전 지사가 비난할 대상은 통일부가 아니라 국회여야 할 것입니다. 번지수가 틀려도 한 참 틀렸습니다.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