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됐다. 4명의 전·현직 은행장을 포함해 모두 38명이 기소됐다.
관련된 은행은 6곳으로 나타났지만, 과연 6곳에서만 채용비리가 이뤄졌는지는 추가로 조사가 필요하다.
채용비리는 다양한 방식과 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로 은행의 이권에 관련돼 있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층의 자녀들이 포함됐다.
시금고를 담당하는 시청의 고위공무원이나 전직 국회의원, 국정원같은 권력기관의 고위직 자녀 등이 민원을 통해 은행의 채용문턱을 넘었다.
은행의 비리나 운영을 감시·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고위층의 청탁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3월에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사임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기 자녀의 면접에 직접 들어가 최고점수를 주고 나온 부은행장도 있었다.
남녀차별과 같은 전근대적인 채용비리도 적발됐다. 하나은행은 남녀의 합격비율을 아예 남자 4명당 여자1명으로 정해놓고 별도의 합격점을 줬고, 국민은행 역시 남자의 점수를 높게 주는 방식으로 합격자를 차별했다.
성차별이 있었으니 학교차별도 당연시 됐다. 이른바 'SKY대학' 출신을 더 뽑기 위해 특정대학 출신의 점수를 깍아 탈락시키고, 다른 대학출신을 합격시키는 불공정한 행위까지 있었다.
이쯤 되면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신분차별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셈이다.
이렇게 채용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정작 최고위층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 누나 손녀에 대한 청탁의혹이 있는데도 무혐의 처리됐고,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수사의 칼날을 피해갔다.
채용비리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 (사진=이한형 기자)
하나은행은 함영주 은행장에 대한 탄원서를 직원들에게 강요한 의혹이 일고 있다.
높은 연봉에 복지혜택도 많은 은행은 취업대상자라면 누구나 취업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직종이다. 그런 만큼 입사경쟁률도 수백 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은행의 채용과정은 복마전이나 다름없고, 이른 바 금수저들의 잔치판으로 전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의 실업자수는 112만명이다. 지난해보다 12만명이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5월의 청년실업률은 10.5%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늘었다. 고용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고용창출을 제1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가 무색하다. 최악의 실업률에 채용과정마저 공정하지 못하다면 취업희망자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채용률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용비리같은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고시원 구석이나 대학도서관에서 청춘의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젊은이들의 희망을 꺽지 않기 위해서라도 채용비리는 엄벌해야 한다.
은행권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정교하고 다각적인 범정부차원의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