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민 실생활에 민감한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조만간 공론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시대’를 선언했다.
이를 기점으로 탈(脫) 원전·탈 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쪽으로 에너지 정책이 선회하며 지난 1년간 불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태양광·풍력발전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배 증가한 1.43GW에 달했다. 무분별한 산지훼손과 부동산 투기 등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보급 속도가 빠른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의 사업종결을 결정했다.
선거 압승 분위기에 편승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일부 비판은 나왔지만 큰 반발이나 마찰은 없었다. 숙의 토론 등의 절차를 거치며 나름 국민적 공감대를 넓힌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지난해 10월 조사 때보다 6.8% 포인트 상승한 84.6%에 달했다.
다만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부담이자 정부의 숙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23년 1.5% 오르기 시작해 2030년에는 지금보다 최소 18% 오를 것이란 예상치가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단가도 장기적으로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 균등화 발전원가(LCOE)는 2016년 대비 2024년에 36%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2017년부터 2030년까지 66%,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2030년 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기저발전 설비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고, 여러 전문기관의 신재생 에너지 단가 하락 전망을 감안하면, 2023년 이후에도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돼온 전기요금 체계도 이번 기회에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외국에서도 경험했듯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억지로 요금 인상을 막으려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져야 하는데 산업정책이나 물가 관리 수단으로 이용돼오다 보니 비용과 요금이 괴리되는 현상이 계속 지속돼왔고, 그렇다보니 비용 구조에 왜곡을 가져오고 소비자의 전력 소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며 “그런 점들을 고쳐나가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정 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처럼 딜레마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 부담을 의식해 너무 조심스럽게 다룰 게 아니라 보다 솔직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정도 차는 있지만 80%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