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방선거 참패로 혼란에 빠진 자유한국당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던진 혁신안이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원내정당화' 등을 골자로 한 '김성태 혁신안'에 바른정당 복당파 20여명이 힘을 실어주기로 한 반면, 친박계가 '월권'을 주장하고 있어 해묵은 '친박 대(對) 비박'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탈당, 지난해 대선 전후 복당한 복당파와 한국당에 잔류해 있던 비박계 등 의원 약 20명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모였다. 전날 혁신안을 발표한 김 원내대표가 중심이 된 회동이었다. 김무성, 강석호, 김재경, 김영우, 김학용, 박순자, 이은재, 정양석, 주호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 김 원내대표가 비대위도 구성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자신은 당을 장악할 의도가 없으며,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겠다고 설명한 만큼 그의 혁신안에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중앙당 해체" 발언 등 파격적인 혁신안을 사전 논의 없이 진행한 데 대한 김 원내대표의 유감 표시도 있었다고 한다.
전날 발표된 혁신안은 ▲중앙당 해체 ▲원내 중심 정당 창당 ▲당명 개정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 핵심 사안이다. 이중 논란의 핵심이 된 원내정당화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자꾸 사무처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중앙당 해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인적 청산의 대상은 현역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라고 설명했다.
중앙당 해체와 원내정당화는 공천권 등 당 대표의 권한을 약화하면서 개별 의원들의 정책 활동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대위가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현역 의원들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협 박탈'이 친박계에 대한 공천 배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고질적인 계파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논란에 앞서 김무성 대표는 18일 "새 인물이 당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게 하기 위해 당협위원장 직을 사퇴한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날 비박계 모임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유산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전 대표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권한을 행사했던 친박계 의원들의 존재가 여전히 연결고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인적 청산과 관련, 이날 별도의 초선 의원 모임 과정에서 공개된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가 당 안팎의 화제가 됐다. 이 메모에서 박 의원은 '친박, 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중도적 의견파-존재',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몬다. 목을 친다!' 등의 구절이 담겨 있다.
김 원내대표의 혁신안에 친박계가 반발해 세력화할 경우 당내 세(勢) 규합이 중요한데, 당내 다수인 초‧재선 의원들과 계파 색채가 옅은 '중도적 의견파' 의원들과 결합해 친박계를 인적 청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심 친박계로는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의원 등이 거명됐다.
친박계도 연일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때 '원박(元朴‧원조 친박)'으로 분류됐던 한선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또 다시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이 기회가 비주류에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이런 염려스러운 걱정도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의 경우 전날 김 원내대표의 혁신안이 발표된 직후 "매번 보여주기식(式) 이벤트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건 김 원내대표가 월권하는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가 당의 이념까지 마음대로 건드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친박계는 김 원내대표 역시 홍 전 대표와 함께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혁신안을 낼 수 없는 위치라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의 혁신안은 향후 의원총회에서 격론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비박계의 회동은 의총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이 의총에서 추인되면 당헌‧당규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전국위원회에 상정된다. 친박계는 이 같은 절차를 통해 혁신안 폐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