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자료사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하청업체로 일했던 부산의 한 선박수리·제조업체가 한진중 측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등 갑질 횡포를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한진중공업 다대조선소와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한 10여 척의 선박에 초대형 탑재블록 설치 작업을 한 A사.
작업이 마무리된 지 1년 반 넘게 한진중공업 측과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던 A사는 급기야 지난 18일 한진중을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고소했다.
한진중과 맺은 수많은 계약서는 물론 작업 현장에서도 '을'의 위치에 있던 A사가 대기업을 상대로 고소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A사는 한진중공업과의 첫 만남부터 갑의 힘과 을의 무력함을 느껴야 했다.
애초 다대포조선소에서 진행 중이던 블록 설치 작업에 참여한 A사는 보름 가까이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해당 작업에서 배제됐다.
건조 중이던 선박이 영도조선소로 갑자기 이동을 해야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인데, A사는 그때까지 작업한 대금 대신 "추후 선박 작업에 참여시키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대기업 하청업체로 일할 수 있다는 기대에 억울함을 참아내야 했던 A사는 한달 뒤 한진중과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더 높은 갑의 벽을 실감했다.
한진중공업은 작업을 시킨 뒤 계약을 하는 이른바 '선시공 후계약'을 공공연하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선시공 후계약'은 원청업체가 공사 대금을 빌미로 갑질을 할 개연성이 높은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예다.
만일, 원청이 제시한 금액에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앞서 진행된 작업의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압박을 해와 하청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려가야하는 것이다.
실제 A사는 공사 시작 전 한진중에 제시했던 견적서의 75% 가량의 금액이 적힌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했다.
A사는 이 같은 '선시공 후계약'이 10여 척의 선박 작업에 참여할 때 마다 반복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A사는 고소장에서 한진중의 원인 제공으로 발생한 9억원 가량의 추가 작업비를 받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선행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거나 선주의 요구, 설계변경 등으로 추가 작업이 이뤄졌는데도 그에 따른 정산을 차일 피일 미뤄왔다는 것이다.
한진중은 심지어 선행작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에 대해서는 관련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겨 하청업체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고 A사는 지적했다.
A사는 한진중이 한 개 계약에 따른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6개월 안에 지급되어야 하는 5%의 하자보증금(유보금)도 제때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가 작업비를 받지 못해 대출을 받아 인건비와 세금 등을 내며 어려움을 겪던 A사 측에 한진 중은 지난해 5월 합의를 제안해왔다.
하지만,한진중이 제시한 합의금액은 A사가 작업일지 등을 근거로 제시한 금액의 10분의 1가량인 1억 7천만원이었다. 더욱이, 합의를 해야 남은 하자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도 붙어있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A사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합의서에 서명을 해야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지난해 7월 자신들과 같은 갑질 피해를 입은 다른 업체 6곳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한진중공업을 신고한데 이어 이번에는 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한진중공업의 도를 넘음 갑질에 하청업체들이 받은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인건비를 주지 못해 대출을 받아 쓴 업체 대표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받지 못한 추가공사비는 둘째치고서라도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갑질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진중과 맺은 합의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변호사와 공정위에 자문한 결과 해당 합의서는 하도급법상 부당 특약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 또한 갑질로 인한 피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A사의 주장과 관련해 공정위와 조정원 등에 사실관계와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 성실히 조사에 응했다"며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따를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