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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여성·장애인 비하 발언 사과 "말실수, 고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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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용수, 여성·장애인 비하 발언 사과 "말실수, 고의 없었다"

    아침마당 제작진 "생방송으로 진행돼 여의치 않아, 비하 의도 전혀 없어"
    민언련 "인권 감수성 제고 필요" 지적
    장애인단체 "엄용수와 KBS, 자극적 보도한 언론사들, 즉각 사과해야"

    코미디언 엄용수는 지난 14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아침마당' 캡처)

     

    코미디언 엄용수가 KBS1 '아침마당'에서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가운데, 방송 6일 만에 사과했다.

    엄용수는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지난 14일 아침마당 방송으로 심려를 끼쳐 사과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나 실패의 경험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오늘이 있도록 노력해 왔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실수가 있었다. 고의성은 없었고 제 강의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나온 말실수였으며 적절치 못했음을 다시 한번 사과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아침마당' 제작진은 19일 공식 홈페이지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6월 14일 방송된 '아침마당' 목요 특강은 엄용수 씨가 육십 평생 겪어온 인생 역경과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개인 비사를 솔직히 밝혀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그러나 엄용수 씨가 장애 등의 역경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삶에 임하라는 메시지와, 현금보다는 인간적 의리를 중요시한다는 본인의 의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 방송됐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녹화 방송이면 충분히 편집에서 거를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돼 이 또한 여의치 못했다. 엄용수 씨는 물론, 제작진은 장애인 및 여성들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히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아침마당' 제작진은 앞으로 이러한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 엄용수, '아침마당'에서 무슨 발언 했나

    엄용수는 지난 14일 '아침마당'에 출연해 '엄용수를 아시나요?'라는 주제로 자신의 과거사와 근황을 전했다. 이때 엄용수는 출연료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일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각 축제의 특산물을 받는다고 말했다.

    "저는 꼭 현찰을 고집하고 미리 달라고 하고 그러지 않아요. 물건으로 받아도. 홍천의 옥수수 축제는 옥수수로 받아요. 그 사람들 옥수수 팔아서 나 300만 원, 500만 원 주려면 그 옥수수 팔러 서울 갔다가 교통사고 나면 어떡해. 옥수수 길바닥에 엎어지면 어떡해. 그래서 난 고추 축제하면 (출연료로) 고추 받고, 딸기 축제하면 딸기 받고, 또 굴비 아가씨 축제하면 아가씨로 받고."

    진행자가 엄용수의 발언을 듣고 "왜 그러시냐"고 했지만 엄용수는 "웃기려고! 코미디언도 웃기지도 못해?"라며 도리어 항변했다.

    엄용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성희롱을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내가 성희롱했다는 기사 본 적 있느냐. 뛸 수 없기 때문에 금세 붙잡힌다. 그런 행동을 아예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엄용수는 대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6급 장애인 등록을 받았다고 밝히며 '항공료 30% 할인을 받아 가만히 앉아서 1년에 1천만 원을 번다'고 전했다.

    ◇ 민언련 "부적절한 발언… 방송 송출한 KBS가 가장 문제"

    KBS1 '아침마당' 홈페이지에 있는 기획의도에는 '일상에서 만나는 선한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요일별로 특화해 감동과 재미,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한다'고 나타나 있다. 엄용수는 목요일 코너인 '목요 특강'에 출연한 것이었다. (사진='아침마당' 홈페이지 캡처)

     

    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낸 방송 모니터 보고서에서 "공영방송에 그대로 나가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여러 가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축제 출연료를 아가씨로 받는다는 발언을 두고 "농담이라고 해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특히 공영방송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고 어린이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아침 시간에 이런 발언을 송출했다는 것은 방송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점과 '성희롱 문제에 결백', '장애인 할인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연결한 것에 대해서도 "과장된 수사"이자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한 희극인이 KBS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수위의 발언을 하고, 이것이 그대로 방송됐다는 현실을 KBS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방송사고는 결과적으로 KBS가 변화해야 할 분야가 시사·보도 프로그램만이 아니며, 교양 및 오락 프로그램 전반의 인권 감수성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단체들도 엄용수와 KBS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5개 단체는 18일 낸 성명에서 "엄용수 씨는 이 특강에서 전체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며 "발언 당사자인 엄용수 씨와 KBS 측의 즉각 사과와 해당 방송에 대한 서비스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들은 엄용수의 발언이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차별 발언"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차별행위) 4항에서 규정한 '광고에 의한 차별'과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 3항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에 대한 금지'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혐오와 차별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갖고 방송해야 할 방송인과 공영방송사가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이와 같은 방송 태도는 사회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며 "엄용수와 KBS,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던 언론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모든 장애계를 포함한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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