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방선거 완패로 존폐의 위기에 빠져 있는 바른미래당은 20일 '진보와 보수의 공존'을 노선으로 채택하면서 내분을 일단 봉합했다.
앞서 김동철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등이 유승민 전 대표 '개혁 보수' 노선에 이견을 드러내면서 당내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보수를 삭제하는 대신 진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견을 좁힌 셈인데,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19일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간 연찬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담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창당취지와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을 되살펴 보고 새로운 정치의 비전과 내용을 만드록 실천하는 데 당의 모든 역향을 모으겠다"면서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당"이라고 밝혔다.
'진보', '보수' 등 당 정체성 논란은 합당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사안이다. 당초 유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공동 창당 선언을 할 당시 '진보'가 삭제됐다. 이후 창당하면서 정강정책에 '진보'라는 글자를 넣는 여부로 논란이 됐고, 결과적으로 '진보', '보수' 두 글자를 제외하는 식으로 봉합됐었다.
이번엔 두 글자를 다 넣는 방식으로 봉합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신용현 대변인은 "주로 얘기했던 내용은 '보수니 진보니 따지지 말자'였다"며 "양 극단을 배제하고 (보수와 진보의)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바른미래당은) 실용정당이고 민생을 우선하고 미래 개혁을 우선하는 정당이라고 표현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의 노선에 대해 '진보'를 넣는 것은 국민의당 출신들이 바라는 사안이다. 박주선 전 대표는 선거 패배 뒤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반성의 취지에서 "우리 당이 진보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 중엔 당의 노선에 '진보'가 포함되는 데 대한 강한 반감이 여전한 상황이라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연찬회에는 박 전 대표가 참석한 반면 유 전 대표는 불참했고, 지상욱 정책위의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찬회를 통한 봉합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체성과 관련된 갈등이 잠재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 안팎에선 바른미래당이 보수와 결합할 수 없는 호남권 의원들과 나머지 세력으로 결국 갈라설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신 대변인은 "오늘 (채택된)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 적어도 호남 의원들은 민주평화당으로 가지 않겠다고 발표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논의 내용을 소개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국당으로 이탈, 국민의당 출신의 민평당 행(行) 등에 대한 소문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일축하려는 시도 역시 있었다는 애기다.
바른미래당의 분당(分黨)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수도권과 영‧호남을 망라해 광역단체장을 1석도 못 얻은 전패, 안 전 의원의 서울시장 3위 낙선 등 지방선거 참패 때문이다. 연찬회에선 안 전 의원의 '정계은퇴' 요구(이종훈 시사평론가) 등 책임론이 제기됐다.
안 전 의원은 딸의 박사학위 수여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한때 측근이었던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부터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준석 전 바른정당 최고위원의 경우 안 전 의원이 낙선 사례로 바른미래당의 상징색(민트블루)과 로고가 없는 흰색 현수막을 건 것을 문제 삼았다.
한편 책임론이 불거진 안 전 의원은 당초 이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던 일정을 변경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