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부터 24일까지 2박4일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 공조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남북러 3국 경제협력 등 양국간 실질 협력 방안을 본격 모색한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지난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19년 만이다.
◇ 한반도 비핵화 협조 당부…하원연설에 공동기자회견까지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자회의 기간 의례적인 만남이 아닌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협력 등에서 심도있는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 동북아 냉전체제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출국 전인 20일 러시아 공영통신사 타스통신,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 국영 러시아방송과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 시대가 열릴텐데, 남북 경제 협력은 러시아까지 함께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러시아 하원의장과 주요 정당대표를 면담한 뒤 의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후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나 한러 경제협력을 논의한다.
22일에는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푸틴 대통령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러 경제협력 등을 포괄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최근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양정상 간에 다져진 우의와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안보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양국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협력 파트너로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 실질협력 증진을 위한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국빈 방문 3일째인 23일에는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해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와의 조별 예선을 치르는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기를 관람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 '나인브릿지' 통한 남북러 3각 경협…신북방정책 시동청와대는 이번 러시아 국빈 방문을 통해 남북러 삼각협력이 문 대통령이 주창한 '신북방경제' 정책과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의 '나인브릿지 전략'을 발표하며 러시아의 적극 지지를 요청했다.
'나인브릿지 전략'은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가스와 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일자리·농업·수산 등 '9개의 다리'를 놓아 양국 모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남북철도가 러시아 시베리아철도와 연결된다면 한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진다"며 "북한에도 큰 경제적 이익이 되고,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중요성에 뜻을 모으고,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동해안을 따라 설치되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논의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중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 남북러 3국 정상이 모일지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올해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경우 남북러 3국 정상회담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