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최근 보유세 인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거센 반발을 수반하는 굵직한 개혁과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군불을 떼는 모양새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한껏 기세를 올린 정부여당은 올 9월 정기국회가 개혁 과제를 처리할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야당은 대체로 해당 과제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계개편 등으로 인해 정책적으로 대응할만한 여유가 없는 상태지만, 재정비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여권과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 '수사권 조정'에 높아진 靑 '그립감'…'與 패싱'
(사진=청와대 제공)
검·경 수사권과 관련해 청와대의 관심도가 지방선거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분위기가 감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김부겸 행안부장관 등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 간 치열한 기싸움을 중재하면서도 "경찰이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확대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정부여당은 조만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에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민주당과는 좀처럼 소통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 수사처 설치안을 조국 민정수석이 발표했을 때와 비슷한 수순이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속한 의원들은 "청와대가 어떤 구상을 언제 어떻게 내놓을지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야당을 상대로 협상을 책임지는 여당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개혁 과제들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사개특위 핵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움직임은 당에서 알 수가 없다"며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아는 게 전부다. 협상은 우리가 하는데, 정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 문제가 워낙 중대하면서도 반발이 거센 개혁과제인 만큼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아울러 사개특위 등 국회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이가 커 성과가 제대로 나올 수 없는 한계도 청와대 주도의 개혁에 힘을 싣고 있다.
◇ 7월 보유세 개편안 공개…당정청 '공조'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부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또 하나의 강력한 개혁과제인 보유세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21일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그동안 보유세 등과 관련해 논의했던 내용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정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 공정과세TF(윤호중 위원장)는 보유세 인상 등과 관련해 재정개혁특위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정부 권고안에 당의 입장을 충분히 녹일 예정이다.
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출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땅이 먹는 사회가 됐다"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제동장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보유세 등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은 다음달쯤 확정돼 9월 정기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그래도 민주당 뜻대로 될까…野 '정계개편' 변수
서초동 중앙지검에 휘날리는 검찰깃발. (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보유세 인상 등 법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궐 선거에서 12개 선거 중 11개 선거를 승리하면서 총 130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의 지위를 공고하게 굳혔지만, 여소야대 국면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진행 중인 보수야권의 정계개편이 여야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유세 인상이나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들과 관련해 "안건 별로 검토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국회 차원에서의 협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안건마다 민주당과 각을 세웠던 모습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으로, 김 권한대행은 판문점 지지 결의안에 대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이든 미북정상회담이든 그 결과는 국회가 뒷받침 해야할 게 있으면 가리지 않고 협조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