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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험 부지급 사태 키운 금융감독원 '보험사 조력자' 오명 뒤집어써

금융/증시

    암보험 부지급 사태 키운 금융감독원 '보험사 조력자' 오명 뒤집어써

    [민원 폭발 부른 암보험금 ④] 보험사 승소 판결만 적용한 금감원
    보험이용자 승소 판결 몰랐나 알았나, 감사원 감사 지켜봐야

    [편집자주] 암환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보험사에 암 치료를 위한 입원비를 청구하니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더니, 보험금 지급 결정 권한이 없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은 소송 뿐이라는 말과 함께. 암에 걸린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보험사와 금융감독원과 싸우려니 '두 번' 죽는 꼴이라고 분노했다. 금감원 앞에서 6차례 시위를 벌였고, 이제 곧 광화문으로 나갈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암환자를 두 번 울리는 보험사, 금감원, 암보험 약관 문제 등에 대해 차례대로 짚어본다.

    민원 폭발 부른 암보험금
    ① 보험회사 '기만'에 암환자들 '분노'
    ② 암보험 가입할 때, '암에 대한 직접 치료' 본 적 있나요?"
    ③ 두 얼굴의 보험사…가입 전에는 "고객님" 보험금 요청하면 "기다려라"
    ④ 금융방관원 오명 뒤집어쓴 금융감독원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금융감독원이 암보험금 부지급 사태에선 보험회사들의 논리만 똑같이 안내하며 암환자들의 주장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금융방관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특히 2016년 보험이용자 승소 판결은 외면한 채, 보험사 승소 판결인 2008년 대법원 판례만을 근거로 암보험금 부지급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험사 방어논리 그대로 보도자료 낸 금감원, 보험사 조력자 오해 키워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1일 '금융꿀팁 70. 암보험 가입자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정보" 암진단비, 입원비'를 통해 "암수술, 항암치료 등의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에만 암입원비가 지급된다"고 안내했다.

    특히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대해 다수의 법원 판례 등에서는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종약 약물치료 등에 필요한 입원, △암 자체 또는 암의 성장으로 인해 직접 발현되는 중대한 병적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입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꿀팁 2017년 11월 1일 보도자료 캡처

     

    그러면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를 대법원 판례와 조정선례 등을 통해 정리했다. ①압노바 및 헬릭소는 환자의 면역력 강화를 통한 대체 항암 요법으로 항암 효능이 입증된 바 없어 그 투여만으로 '암치료의 직접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08다 13777), ②고주파온열암치료는 의학적으로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관해 현재까지 검증되지 않았고, 시술 후 회복 시간도 필요 없다(서울고법 2012나70120) 등이다.

    이같은 판례와 조정 선례는 보험사가 암보험금 민원인에게 '레전드'처럼 읊어 온 방어 논리와 똑같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한 암환자는 "보험사가 내 치료 상황 등은 제대로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판결문만 말하길래, 답답해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더니 보험사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면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보험사랑 한 통속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보험이용자 승소 판결은 제대로 적용도 안해, 은폐 또는 책임 방기 지적

    더 큰 문제는 보험사와 금감원의 주장대로 보험사가 승소한 대법원 판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1·2심 등 하급심에서 보험이용자가 승소한 판례가 일부 있었고 2016년에는 보험이용자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2016다230164)은 2016년 M손해보험이 보험이용자를 상대로 낸 상고사건을 기각하고, 보험이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2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2심 판결의 핵심은 보험이용자가 요양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은 입원 기간도 '암의 치료를 직접적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에 해당했다는 것이다. 보험약관상의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어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보험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암보험금 부지급 통보를 받은 민원인들이 줄곧 보험사와 금감원에 주장한 논리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같은 보험이용자에 유리한 판결문은 보도자료에 싣지도 않고, 민원인들에게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김창호 금감원 분쟁조정국 생명보험팀장은 "금융꿀팁 보도자료는 일반 국민들에게 암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분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보험사에게 유리한 판례만 실은 것으로 보인다. 그게 오해를 키운 것 같다"면서 "당시 보도자료를 작성한 담당자가 자리를 떠나서 정확한 상황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현열 금감원 분쟁조정1국장은 "실무자들이 판례를 종합해서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설령 실무자가 몰랐다고 하더라고 결재 과정에서 이러한 판결문이 있다고 걸러진다"면서 금감원이 보험이용자에게 유리한 판례를 모른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했다.

    금감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에게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한 분쟁 조정 사례는 2016년 9월 9일부터 2018년 5월 21일까지의 기간 중 총 7건이다. 또 올해 접수돼 현재 처리 중인 암입원 보험금 관련 분쟁 신청건 중 대법원 계약자 승소 판례가 적용가능한 건은 총 23건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현열 국장은 "암보험과 관련해 계속해서 사건이 접수되고 있어서 의원실에 제출한 건 이외에도 확인하고 있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가급적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정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숙 보험이용협의회 대표는 "보험이용자에게 유리한 판례가 몇 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모두 배제하고,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보험사 승소 판결인 2008년 대법원 판례만 인용해 보도자료까지 낸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금감원이 보험이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몰랐다면 '책임 방기'이고, 알고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은폐""라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때 제대로 된 판단을 통해 보험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인데 암보험금 부지급 사태에서 금감원의 역할은 거의 0에 가깝다"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방관하고 있는 감독원이 이번 암보험금 부지급 사태를 더욱 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암모 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 대법원 판례를 적극 조정에 반영하지 않은 금감원은 실수여도 의도적이어도, 모두 방임이고 직무유기"라면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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