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6월 20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소설가 장강명
◇ 정관용> 저희 시사자키 얼마 전부터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와 우리 사회 문화 현상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반응이 좋아서 격주 수요일 고정 코너로 만들어봤습니다.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을 잡학하고 박식하게 얘기 나눠보는 시간 이택광, 장강명의 수요살롱.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 어서 오십시오.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 정관용>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보겠네요.
◆ 장강명> 잘 부탁드립니다.
◇ 정관용>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는 거니까 주제 하나를 정해서 그냥 두 분의 생각을 거침없이 우리 청취자분들과 교감하는 그런 시간을 꾸며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의 주제가 혹시 들어보셨나요? TMI.
◆ 장강명> 교수님, 이거 들어보셨습니까, TMI.
◆ 이택광> TMI는 제가 인터뷰도 했습니다.
◆ 장강명> 맞다. 기사 검색하니까 나오더라고요.
◆ 이택광> 인터뷰를 했던 것 같고요. 처음에는 기자분이 여쭤봤을 때 저는 저한테 TMI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 사건 있잖아요.
◆ 장강명> 그게 뭡니까? 스리마일 아일랜드.
◆ 이택광> 스리마일 아일랜드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터졌잖아요. 원전에 대한 경각심 지금 우리가 하는 반원전 운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런 그걸 생각했죠, 처음에는. 그런데 이제 TMI가 그거 말고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놀이입니다, 놀이. TMI가.
◇ 정관용> 이게 무슨 약자예요.
◆ 이택광>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라고.
◇ 정관용> 투 머치 인포메이션. 정보가 너무 많다.
◆ 이택광> 원래가 이게 너무 정보 과잉 뜻하는 신문방송학 용어인가요. 미디어용어였는데 최근에는 이게 그냥 미디어용어로 학술적 용어로 통용되는 게 아니고 그냥 TMI라고 이제 쓰는 거죠.
◇ 정관용> 놀이가 됐다고요.
◆ 이택광> 그렇죠. 예를 들어서 술자리 같은 데서 너무 제가 장강명 씨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장강명 씨가 어디 가서 이를 했다든가 어느 치과를 다닌다든가 또는 뭐 예를 들어서 학교 다닐 때 뭘 좋아했다든가 이런 것들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하면 TMI라고 하는 거예요. 쓸데없는 거 알고 싶지 않은 걸 알려주는 거죠.
◆ 장강명> 저희 코너 자체가 TMI겠네요.
◆ 이택광> 괜찮네. TMI살롱.
◆ 장강명> TMI살롱? 이름 좋다.
◇ 정관용> 장강명 씨는 처음 들어봐요?
◆ 장강명>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제 아내가 유학생활을 했거든요. 아내 얘기로는 영미권에서 좀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약간 이런 뉘앙스로 누가 뭐 자기 아기 얘기 너무 많이 한다든가 자랑한다든가 할 때 TMI. 이런 약간 비꼬는 뉘앙스로 쓰는 말이에요.
◇ 정관용> 내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상대방이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 TMI야 그러면 말 그만해, 이런 뜻이란 말이죠.
◆ 장강명> 약간 핀잔주는 그런 뉘앙스입니다.
◆ 이택광> 원래 우리나라 말에도 있습니다. 이런 용어가 있기는 있어요. 안물안궁이라고 있어요.
◇ 정관용> 안물안궁.
◆ 이택광> 저는 TMI 번역어라고 보는데 안물안궁이. 최근에 TMI에 밀려서.
◇ 정관용> 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 그런 거.
◆ 이택광> 물어보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아 이런 뜻인데 안물안궁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TMI라는 말이 요즘 이걸 밀어내고 조금 대세가 된 것 같아요.
◇ 정관용> 안물안궁이 더 나은데요.
◆ 장강명> 그러게요. 그런데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이 TMI가 왠지 영어단어에다가 약자이고 하니까 좀 더 있어빌리티라고 하죠, 그런 걸.
◇ 정관용> 있어빌리티.
◆ 이택광> 최근 젊은 세대들은 특히 어린 세대들 10대 같은 경우에는 영어에 아무래도 익숙하니까 이 TMI가 미드에도 많이 나옵니다. 미국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래서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이미 영미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용어고 우리한테도 안물안궁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요즘 새로운 놀이로까지 확산된다?
◆ 이택광> 그렇죠. 이게 처음에는 제가 말씀드렸지만 약간 저널리즘이나 이런 데서 너무 많은 정보를 줬을 때 이게 중요한 정보가 묻혀버리잖아요. 그런 것들을 우려하는 하나의 현상을 지적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이게 그냥 놀이가 돼서 약간 이제 상대방을 귀찮게 만드는 그런 걸로 쓰는 거죠. 그리고 또 이제 가볍게 너무 심각하게 쓰는 건 아니고.
◇ 정관용> 상대방을 약간 핀잔주는 거라고 조금 전에 장강명 씨가 그랬는데 상대방을 귀찮게 만든다는 건 뭐예요?
◆ 이택광> 그러니까 TMI를 통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장난스럽게 괴롭히는. 예를 들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지금 감옥에 계시지만 그분의 그 생일과 결혼기념일과 당선일이 같아요. 12월 19일인가 그래요. 그게 같다든가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거죠. 그러면 이제 아이고, 누가 궁금하냐. 알아서 뭐하냐, 이런 거예요. 쓸모없는 정보. 가치값이 없는 정보를 가르쳐주면서 마치 생색내듯이 이야기하는 것. 이게 놀이가 됐을 때는 말 그대로 그냥 상대방을 약간 고의로 괴롭히면서 장난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줄 수가 있는 거죠.
◆ 장강명> 주로 SNS에서 그렇게 사용자들이, 젊은 사용자들이 시시콜콜하게 이런저런 별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눈길 끄는 정보 이렇게 얘기하면서 TMI 놀이다, TMI 놀이다 하는 것 같은데 아까 우리가 얘기한 TMI랑 이 TMI 놀이는 조금 다른 현상에 같은 이름을 붙인 것 같더라고요. 아까 것은 이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좀 서구화되고 개인주의화되면서 조금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담긴 것 같아요.
◇ 정관용> 거리 두기, 그렇죠.
장강명 작가 (사진=시사자키팀)
◆ 장강명> 사실 안물안궁이라는 말도 신조어잖아요. 그전까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인간관계라는 게 상하관계가 아니면 만약에 대등한 관계면 무조건 가까운 게 좋다, 으쌰으쌰한다. 한마음이 된다, 이런 거 좀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 개인주의가 좀 퍼지면서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이 정도까지 가까운 사이 우리 아니잖아. 그리고 이 정도 거리 좀 지켜주고 싶지 않아? 이런 얘기인 것 같고 TMI놀이는 제 생각에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그건 약간 일본의 문화평론가 중에 아즈마 히로키라는 사람이 오타쿠들이 어떤 문화를 소비할 때 데이터베이스 소비라고 잡학, 서사 없는 어떤 자질구레한 지식들을 읽고 습득하면서 즐긴다. 이런 용어로 부른 적이 있었는데 저한테는 좀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딱히 서사가 되지는 않는데 자질구레한 잡학들을 쌓아놓고 이런 것도 있다라는 식으로 즐기는 것. 글쎄요, 지대넓얕, 그건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알쓸신잡 이런 것도 그런 일환인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옛날에 우리가 퀴즈프로그램 같은 거 많이 봤지 않습니까? 그런 때 있었던 현상이 인터넷 오면서 퀴즈프로그램들이 싹 사라졌다가 이런 식으로 좀 부활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얼핏 들더라고요.
◆ 이택광> 저는 그런데 여기에 기본적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서사화되지 않은 잡학에 대한 그런 것이 있는데 냉소주의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이게 기본적 금방 말씀하신 일본 문화 중에 진지충이라는 말이 있어요.
◇ 정관용> 진지충.
◆ 이택광> 또 레알충.
◇ 정관용> 너무 진지한 벌레 이런 거.
◆ 이택광> 그렇죠. 충은 벌레는 아니고 충실하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 장강명> 그렇습니까?
◆ 이택광>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에 오면 벌레가 돼요. 그게 지금 우리는 이제 진지충 또는 레알충을 벌레로 쓰고 있잖아요. 이게 바뀌는 겁니다. 그게 왜냐하면.
◆ 장강명> 일본에서 레알충이라고 할 때는 충실하다는 의미니까.
◆ 이택광> 레알충의 충실할 때의 충이에요. 그래서 너무 레알에 충실하다는 거죠. 너무 디테일에 충실하면 비웃음을 사는 거죠. 쉽게 말하면 우리 너디하게 보이는 거예요. 너무 오타쿠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오타쿠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오타쿠로 불리는 게 두려워하는 그런 게 있단 말이죠. 사실 우리나라에도 곧 지금 방송되고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독한 미식가 같은 경우도 사실 음식 오타쿠잖아요. 그런데 이제 보면 그 앞에 나오는 서사가 너무 아주 진지하잖아요. 약간 진지해서 웃기잖아요.
◆ 장강명> 그렇죠. 과도하게 진지해서 하게 오히려 웃기게 하는.
◆ 이택광> 혼자 음식을 먹는 것의 자유 이런 이야기를 막 한단 말이에요. 너무 웃기잖아요. 그게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사실은 역전되는 거죠. 과거에는 그게 너무 본인한테 오타쿠라고 불리면 레알충 불리면 싫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역전시켜서 그걸 즐기는 거예요.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런 문화가 생겼다고 말할 수가 있고 왜냐하면 다 이제 다 레알충이 되고 싶기도 하고 레알충으로 불리기 싫기도 하고 이런 게 있는 거예요. 레알충에 대한 존경심도 있는 반면에 본인은 그런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약간의 질투심 같은 것도 있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나오는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 장강명> 잡학을 얘기하면서 약간 자기 희화화를 하면서 웃기게 만들고.
◆ 이택광> 너무 또 레알충이 되면 너무 진지하게 분위기가 깨지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결국 최근에 어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서양도 마찬가지지만 이 사회 코드가 행복인 것 같아요, 행복. 그러니까 항상 즐거워야 하고 항상 좋아야 하고. SNS 같은 경우에도 결국 자기의 즐거운 모습을 보이는 거지 거기에다가 자기 슬픈 모습을 계속 게시하게 되면 사실 친구들 끊겨나갑니다. 계속 즐거운 걸 보여줘야 되고 그런 게 있잖아요.
◆ 장강명> 저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나니까 얼핏 생각이 나는 게 이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거, 자기한테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취할 수 있잖아요. SNS에서는. 그런 영향도 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로 이렇게 TMI라는 게 사람 얘기하는 게 많던데 김정은이라든가 아이돌, 이렇게 멤버라든가 얘기를 할 때.
◇ 정관용> 김정은하고 나이가 같은 사람들은 누구누구누구 쫙 나오죠.
◆ 이택광> 그런 게 TMI.
◆ 장강명> 어떻게 들어도 서사는 안 되는데.
◇ 정관용> 궁금하세요, 그런데?
◆ 이택광> 전혀 궁금하지 않죠. 그런데 자꾸 가르쳐주는 거예요. 그러면 사실 그게 금방 장강명 선생님이 말한 지식에 대한 약간 희화화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지식인데 그런데 마치 그걸 막 이야기하면 있어 보이잖아요.
◆ 장강명> 이게 그런데 최소한 소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SNS에서 보는 정보는 소음인데 소음은 조금 벗어난 것 같고 어느 정도 지식 수준은 한 줄짜리 지식은 되는 건데 그게 뭐 서사까지 이어지는 어떤 맥락 있는 지식은 아니고 그냥 단편적인 지식인데 그런 걸 백과사전 훑어보듯이 데이터베이스 소비를 하면서 특히 사람에 대한 것 중에서 이제 좀 그래도 좀 유명인사, 셀럽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좀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 가까워지는 것 같고.
◇ 정관용>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각종 뒷담화 있잖아요. 그런 게 옛날부터 있어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일종 TMI의 하나로 이게 치부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 이택광> 원래는 이제 이게 역시 제가 말씀드린 오타쿠 문화라고 관련이 있는데 팬덤이라는 것이 결국은 오타쿠 문화가 집단화된 거라고 볼 수가 있죠. 그런데 이제 이 팬덤은 실질적으로 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잖아요. 한 셀럽을 대상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이 팬덤 집단 내에서는 서로 경쟁이 일어납니다. 내가 자기들이 섬기고 있는 이 셀럽, 아이돌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 정관용> 내가 더 많이 안다.
◆ 이택광> 경쟁을 하게 돼 있는 거예요. 별별 희한한 걸 다 알게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걔가 어디에 가서 어느 편의 집에 가는지를 아느냐부터 시작해서 이런 것들을 막 전시하게 돼요, 게시판에. 그게 바깥으로 나오면 그 팬덤 밖에 있는 분들이 좀 이상하잖아요. 저런 걸 왜 알아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거기에 대한 약간 쉴드가 있는 거예요. 약간 이제 사실 우리가 이런 걸 하지만 우리도 이런 게 웃기다는 걸 알아라고 한마디해 주는. 그러면서 한번 자기들을 워싱을 하고 가는 거죠.
◆ 장강명> 그렇기도 하고 그런 것도 분명히 있을 테고요, 팬덤 안에서는. 팬덤 전체적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어떤 면들을 알면서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누구 주량이 얼마이고 신발사이즈가 얼마고 잠버릇 어떻고 그런데 예를 들어서 우리 할머니가 우리 어머니가 할머니 병간호를 하는데 어제 할머니가 기침을 몇 번 하셨고 가래를 몇 번 뱉으셨다. TMI. 내 직장상사 아기가 배앓이를 했다. 이런 거 알고 싶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시시콜콜 알고 싶다. 또 그런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잖아요. 온라인 인간관계라는 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해는 가고 어떻게 보면 약간 인간관계가 가상화되는 그것도 이제 뭐랄까. 이 아이돌 멤버들이 현실에 있는 인간이 아니라 마치 아이콘이나 캐릭터처럼 이렇게 이렇게.
◆ 이택광> 중요한 지적을 하신 것 같아요, 보니까. 결국 이 TMI도 말씀하신 것처럼 그 셀럽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정보라는 것도 가치를 획득하는 방식도 결국 그 대상,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상이라는 것도 결국 정보예요. 그렇죠? 어떻게 연루돼 있는가가 중요하고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랬을 때 결국 TMI라는 것도 소회를 보여준다는 거죠. 관계에서 소회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러니가 어떤 셀럽 같은 경우에는 정보가 굉장히 가치가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라는 것은 별로 가치가 없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슬픈 현실이죠, 그러니까. 그런 초상을 보여준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이택광 경희대 교수(사진=시사자키팀)
◇ 정관용>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셀럽들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을 향해서도 나는 그거 별로 알고 싶지 않다. TMI야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이택광> 그러니까 팬덤 바깥에 나갔을 경우에는 그게 너는 뭘 그렇게 그런 걸 시시콜콜 다 알고 있느냐라고 한마디 할 수가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택광> 그런 것들도 너무 레알충이 되면 너무 이제.
◆ 장강명> 그게 TMI라고 얘기하는 것도 그런 TMI 문화의 놀이문화의 일종 아닐까요. 사실은 굳이 듣기 싫으면 굉장히 간단하게 차단을 하든지 구독취소를 하든지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 같이 그냥 이렇게 어떤 그런 시시콜콜한 걸 가지고 갖고 논다, 이런 개념으로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어떤 코드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그 속에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속내를 잘 모르겠지만.
◇ 정관용> 갑자기 두 분 얘기 듣다가 생각나는 게 이게 이제 예컨대 직장 내에서의 상하관계와 같은 권력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했을 때 이런 거 있잖아요. 정말 듣기 싫은데 상사가 자기 옛날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이야기, 장광설을 늘어놓고 막 이러잖아요.
◆ 이택광> 반복해서.
◇ 정관용> 그것도 반복해서. 그러면 보통 부하직원들은 거기서 맞장구를 쳐주고 이게 옛날 분위기 아닙니까? 요즘 이 TMI는 거기까지 가나요? 직장 상사가 하는 그런 얘기도. 저희 이제 듣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할 수 있나요?
◆ 이택광> 그게 원래 안물안궁이었어요. 그게 안물안궁이고 물론 그 자리에서 바로 상사에게 안물안궁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겠죠. 뒤에서 SNS에서 그냥.
◇ 정관용> 뒷담화로?
◆ 이택광> 뒷담화로 이렇게 할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 안물안궁도 많이 알려지니까 TMI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TMI죠. 너무 많은 정보를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준다는 것이 사실은 포인트이고. 사실 알고 싶지 않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내가 그러한 정보를 알기 싫은데 왜 나에게 그런 쓸데없는 정보를 주느냐에 가깝다고 봐야죠.
◆ 장강명>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 책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 중에 제목이 제가 정확히 기억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무례한 사람한테 웃으면서 대처하는 방법. 이런 책이 있더라고요. 정문정 작가님이 쓰신 건데 이게 약간 그런 거에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상하관계에 있는 사이에서 한국어 사용자들이 흔히 상대방의 사생활을 이렇게 쑥 들어가서 물어보는 거 요즘 젊은 세대 굉장히 기겁하죠. 그리고 거기에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그 무례한. 아까 그 정문정 작가님의 책은 꼭 그런 사례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욕구 자체는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무례하게 나를 대하지 말고 어느 정도 거리를 지켜달라 이런 요구가 있는 것 같고 아직까지 뭐 오프라인에서 그런 거 당당하게 얘기할 수준은 아니겠죠.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는 합니다.
◇ 정관용> 대체로 정보 과잉 시대라고 하는 시대적 배경 그다음에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화로 옮겨가는 시대적 배경, 또 SNS를 통해서 온갖 정보가 빠르게 유포되고 특히 동류의 사람들끼리는 빠르게 그 정보를 공유하는 어떤 사회적 환경 이런 것들이 함께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을 것 같고 또 한편에서는 그래도 궁금하면 언제든지 찾아보면 나와,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세태의 모습이기도 하고.
◆ 장강명> 저희 TMI로 끝날 뻔했던 이야기에 서사를 입혀주시네요.
◆ 이택광> 정리를 확 해 주셨네요.
◇ 정관용> 오래전부터 참 저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 장강명> 어떤 거죠.
◇ 정관용> 컴퓨터 공간이나 유튜브 공간이나 이런 데 가 보면 정말 별의별걸 순식간에 조합해서 순식간에 뭘 만들어내서 올리고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 많다.
◆ 이택광> 그만큼 이제 인터넷에 정보가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래도 이 추세는 아주 점점 더 강화되겠죠. 그러니까 과잉접속이라는 말도 있는데 결국 이게 SNS라든가 인터넷이 없으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잖아요. 과거처럼 이렇게 사람들이 접촉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시기였다는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겠죠. 그러니까 빨리 정보를 취합해서 서사화해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에 또 그런 것에 포섭되지 못하는 그런 속에 들어올 수 없는 정보들은 또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고 이러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가 있겠죠.
◆ 장강명> 한 10년 전쯤에 자기들끼리 잉여문화라고 하던 거의 후손인 것 같기는 한데요. 그게 그냥 놀이로써는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또 약간의 기우가 있다면 노파심이 있다면 그게 혹시 현실에서 지금 뭔가 좌절을 하거나 기대가 없어서 에너지가 거기에 쏠리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도 좀 있습니다.
◇ 정관용> 다른 거 할 일이 없어서?
◆ 장강명>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잡학이라도 모으고 보자.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모으다가, 모으다가 제대로 모으잖아요. 대박을 터뜨립니다.
◆ 장강명> 그런 대박이 좀 많은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어쨌든 온라인 공간이라는 게 생겼고 그게 놀이터 역할을 하는데 거기에서 또 이런저런 실험이 나와서 그게 꼭 사업이 돼야 된다는 게 아니라 어떤 운동이 될 수도 있겠고 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막 비아냥거리고 이렇게 의미 없이 에너지를 소진하다가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뭐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걱정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게 사실. 이게 사회적인 사회악이 된다든지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진=시사자키팀)
◆ 이택광> 오히려 이건 문화적인 변동을 보여주는 거죠. 한국에서 과거에는 옆집에 숟가락 몇 개이고 시시콜콜한 걸 다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그런 문화에서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얼마나 급격하게 보여주는 현상일 수 있죠. 지금 젊은이들이 과거에 제가 처음에 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거잖아요. 미국인들은 사실 그런 걸 물어보면 되게 싫어하고 가족관계 물어보면 싫어하잖아요.
◇ 정관용> 결혼했어요. 이 질문 자체가 금기시되는.
◆ 이택광> 설령 이제 파트너가 있더라도 결혼했어요 물어보지 않는 건데 그렇게 제가 배웠어요. 처음에 영어회화를 배울 때 미국 사람들 만나면 에티켓을 이렇게 지켜야 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된 거죠, 이제. 굉장히 빨리 바뀐 거예요, 제가 볼 때는.
◆ 장강명> 사실 좀 어떤 그런 끈끈한 연대나 공동체 의식 같은 게 좀 지탱하던 것도 있었는데요. 요즘 고독사 이런 것도 20년 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거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장강명> 어떻게 잘 되겠죠. 그래도 사람 사는 사회이니까.
◇ 정관용> 개인주의화 추세라고 하는 것은 불가피한 거고 어떤 의미로 보면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화가 이미 많이 진행이 됐는데 이상하게 혈연, 지연, 학연 등등의 좀 기형적으로 어그러진 공동체가 권력 질서 안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이게 부조화예요, 사실.
◆ 장강명> 그렇죠.
◆ 이택광>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거죠. 사회는 다 바뀌었고요, 제가 볼 때는.
◆ 장강명> 오히려 개인주의를 넘어서 원자화된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자기들만의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들은 더 어떤 공고하게 그걸 이용해 먹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빨리 그걸 깨부셔야죠.
◆ 장강명> 네.
◆ 이택광> 네트워크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데 그 네트워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줘야 되는 거죠. 그게 저는 확실하게 돼야 한다고 보고 금방 말씀하셨던 것처럼 소위 이제 한국을 건설하셨던 그런 기득권들이 계속 이제 그걸 혈연이라든가 지연이라든가 학연을 통해서 재생산하는 게 문제라보 봐요. 그러니까 그분들이 하시는 일들은 분명히 칭찬할 일이지만 이제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그런 것들도 필요하고 그만큼 또 사회 가치관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게 맞는 제도를 만들 수 있는 또 결국 그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정치가 또 제대로 돼야 합니다. 그런 게 없으면 이게 안 되겠죠.
◇ 정관용> 얘기가 좀 너무 그쪽으로 가버린 것 같은데 오늘 주제와는 조금 무관한데. 저는 이 개인주의라고 하는 단어에서 이렇게 한번 구분해 보고 싶어요. 이게 개인주의가 개인의 관점에서 본 개인주의와 사회의 관점에서 본 개인주의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장강명> 어떤 말씀이시죠?
◇ 정관용> 개인의 관점에서 본 개인주의는 그냥 나의 자유. 그걸 강조한다면 사회의 관점에서 본 개인주의는 타인의 자유. 타인의 자유와 타인의 개별성과 타인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이 바탕에 깔린 개인주의고 개인의 관점, 나의 관점에서 본 개인주의는 그냥 나는 싫어. 나는 좋아, 이것만 생각하는 타인의 어떤 자유나 타인의 개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여치 않는. 바로 이 대목에서 TMI라고 하는 단어로 상징되는 이것은 아, 타인의 자유와 타인의 개성까지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이런 게 좀 바탕에 있는 개념 같아서 좀 긍정적으로 보이더라고요.
◆ 이택광> 그렇죠. 결국 그러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너무 이제 이게 자칫 잘못하면 어떤 너무 개인주의 강조 아니냐 이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은 그런 사회 관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봐야 하는 거죠.
◆ 장강명> 이렇게 우리가 사실 시시콜콜 뭘 물어보는 방식이 상당히 그 매너 없게 물어보는 방식들이 여태까지 많았는데 TMI 이 놀이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그걸 소비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 막 폄하하면서 노는 건 아니니까. 누구 주량이 얼마이고. 주량이 얼마라는 게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신발사이즈 얼마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로 봐서는 아까 선생님 말씀하신 그 타인의 어떤 걸 존중하는 그런 개인주의, 좀 공동체 안에서 개인주의라는 게 저는 그냥 요즘 우리가 쓰는 말로 하면 매너 있는 개인주의라는 생각인데 약간 어떤 면에서 좀 다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 이택광> 저는 그래서 굉장히 이런 변화들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그리고 이제 결국 이게 한국이 민주화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민주화라는 어떤 과정이 문화적으로 반영됐을 때 결국 상대방의 어떤 그런 인격이나 이런 걸 존중해 줄 수 있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태도들을 이제 개인들이 장착을 해야지만 공동체라는 것도 새롭게 이제 구성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와중에 있는 거라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이걸 또 좀 얘기 갑자기 마무리지어야 할 시점에 거창해질지 모릅니다마는 50, 60대 이상의 이 구세대들의 관점에서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농촌공동체부터의 기억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은 정말 진정한 의미의 상호 개성 존중, 다양성, 이런 식으로 나가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은 또 가정에서도 이 둘씩 크는 것도 아니고 혼자 크고 이러다 보니까 자기만 아는 유아독존적인 개인주의에 빠질 수 있거든요. 바로 그 둘을 결합할 수 있는, 즉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남도 존중해 줘야 한다. 남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는 나도 하지 말아야 하고 내가 너 별로 궁금하지 않아라고 얘기하면 동시에 남의 그것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좀 발전하는 그게 다 민주시민 아니겠어요?
◆ 이택광> 그렇죠. 거기에 우리 인터넷 문화가 사실은 한국 같은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죠. 그렇죠?
◆ 장강명> 그런데 제가 약간 너무 커져가지고 좀 수습을 하려는데 이런 사회문화 비평, 문화 비평 작업들이 조금 선을 넘으면 그 실제로 거기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잘못 보는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TMI문화라는 게 그렇게까지 막 어떤 .
◇ 정관용> 진지한 건 아닌데.
◆ 장강명> 민주화 이런 것까지는. 이제 벽지를 보고 거기서 구름 같은 거 지나가는 걸 보고 그게 강아지 모양이다, 벽지 보고 저거 꽃 모양이다 이렇게 착각하는 경우 있잖아요. 바라기로는 지금 한국 사회가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이런 거의 어떤 흔적의 증거 아닐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데 뭐 그냥 이 정도까지이고 이제 거창하게 더는 좀.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게 소설가인 장강명 씨와 사회비평가 내지 사회평론가인 이택광 교수와 저의 차이점이기도 해요. 우리는 뭔가 의미 부여를 해야 되거든요. 이렇게.
◆ 장강명> 나중에 소설에서 제가 의미 부여하겠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오늘 첫 번째 시간 이택광, 장강명. 장강명, 이택광 수요살롱 시간에 TMI라고 하는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떨어봤습니다. 오늘 두 분 고맙습니다.
◆ 장강명> 재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