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상 포스코대우 대표이사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대표이사 사장, 오인환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 선정 작업이 '밀실' 비판을 낳고 있는 가운데 면접 대상 후보 5명의 명단이 공개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전날 CEO 승계카운슬에서 압축한 5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대표이사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오인환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가나다순)으로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 이번에도 포스코맨 일색…외부 후보군 대거 탈락CEO 승계카운슬은 당초 21명의 후보군 가운데 내부 5명, 외부 6명의 후보자를 선정했지만 추가 압축 과정에서 외부 후보자들은 대거 탈락했다.
현재 5명의 후보 가운데 김진일 전 사장만이 전임자란 이유로 외부 후보로 분류되지만 '포스코 맨'이란 범주에서 사실상 전원 내부 후보인 셈이다.
50년 역사의 포스코는 박태준 초대 회장 이후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를 제외하면 역대 회장들이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이번에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외국인 1명을 포함해 외부 후보군을 11명 선정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 정치권 연루설 후보자 배제…靑·與 개입은 낭설이번 인선의 또 다른 특징은 정치권 연루설이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배제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이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광주에서 초·중등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이유로 장 실장이 뒤에서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그는 "장 실장과는 초등학교 1년(6학년)과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녔을 뿐 친분이 하나도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포스코 안팎에선 김 전 사장의 경쟁자, 또는 장 실장의 음해세력에 의한 암투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김 전 사장과 함께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던 박기홍 포스코 에너지 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부산고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참모 출신이자 현 정권과도 가까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가 부각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선임될 수밖에 없다는 과거의 권력 개입설과는 반대로,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
◇ 권오준 라인 건재…내부 짬짜미 의혹 '솔솔'이처럼 외부 후보가 탈락하고 정권의 개입은 배제되면서 차기 회장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리그'로 퇴색하며 개혁성이 무뎌질 공산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후보군을 압축해온 CEO 승계카운슬이 현 권오준 회장이 임명한 사외이사들이란 점으로 미뤄 권 회장의 영향력이 지속될 가능성이다.
때문에 포항시민연대 같은 단체는 인선 절차 자체를 중단하고 승계카운슬의 구성원을 교체한 뒤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후보자 5명 가운데 오인환, 장인화, 최정우 사장 등 3명은 권오준 라인으로 불린다.
특히 오, 장 사장은 권 회장 시절 중용됐고, 김 사장은 권 회장의 서울대 금속공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승계카운슬은 "그동안 추측·음해성 기사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위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소신껏 후보 선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정부나 정치권에서 개입하지 않는다고 악용해서 국민의 기업을 불투명하게 이해관계자 몇몇이 사유화하는 방식은 기업을 위해서도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어 여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