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서비스·투자 분야 한러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러 두 정상은 한국-러시아-유럽을 잇는 철도 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도 추진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경제협력 성과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이후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그 이후 찾아올 대북 경협 시대를 대비한 사전준비 작업으로도 읽힌다. 두 정상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계속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2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서비스·투자 분야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도와 전력, 가스에 대해서는 공동 연구를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세 사업에 대해 강조하면서 철도의 경우 한국과 러시아, 유럽까지를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 러시아의 천연 가스를 북한과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가스관 연결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철도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남쪽 끝인 부산에서 북한, 러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한반도 종단 철도를 연결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밝혔었다.
두 정상은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망(TSR)과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을 위한 공동 연구와 유관기관 협력을 지속해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 철도공사 측은 기자들과 만나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이 "3~5년 안에 가능하고 최대 40억 달러(약 4조4천500억 원)가 소요될 것"이라며 "인프라 건설 비용으로는 그렇게 큰돈이 아니고 효과는 아주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두 정상은 의료 보건 분야 협력 확대, ICT응용기술 협력 확대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모스크바에 한국형 종합병원이 개원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미래형 의료 협력도 곧 시작된다.
혁신 기술 협력 증가 차원에서 한국에 '한러 혁신센터'가 설립되고, 모스크바에 이미 있는 '한러 과기협력센터'는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밝힌 비전인 '9개 다리' 구상에 대해서는 '9개 다리 행동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확대정상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모두발언을 통해 "한러는 서로에게 최적의 실질적 협력 파트너"라고도 했다. 그는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채택을 환영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 노력을 계속 하기로 했다. 한반도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오는 9월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주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후 푸틴 대통령과 국빈 만찬에 참석해 "러시아 양국 국민이 한층 더 가깝고,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고 만찬사를 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빅토르 안)도 초대됐다. 푸틴 대통령은 안현수를 깊게 두 번 끌어안으며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23일(우리 시간)에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로스토브나도누로 이동해 이날 자정 월드컵 한-멕시코 전을 관람하고 우리 대표팀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