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복 교사가 2017년 5월 8일 징계위 회부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지혜복 교사 제공)
세월호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되고, 징계 위협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있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방기한 대통령을 페이스북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공직을 박탈당한 공무원도 있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 은폐 공작의 최고 지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촛불혁명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와 무책임한 정권 비판에 나선 교사· 공무원은 박근혜 정권의 법적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 "상을 줘야 마땅한데 징계라니"지혜복(53세) 교사. 서울 한강중학교 사회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 교사는 2차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1차 교사 시국선언은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2014년 4월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교사 43명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교사 선언'을 하게 된다. 2차 시국선언에 지 교사를 포함한 80명이 참여한다.
지 교사는 2차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1차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이 파면과 구속을 각오하고 참여했을텐데, 그 분들에게만 고초를 겪게 할 수 없어 동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보수단체의 고발로 지 교사는 벌금 150만으로 약식기소 되자,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또 징계에 맞서 투쟁을 벌여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서울중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징계위원회 회부 통보가 오자, 이에 맞서 한 달 넘게 지원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 교사는 "교사 시국선언은 박근혜 구속을 이끈 첫 번째 퇴진 운동의 실천이자 촛불혁명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징계 거부 투쟁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다른 지역도 징계위원회 회부가 무산되거나 징계위 회부 후 주의 조치로 끝냈다.
"침묵과 억압이 어떤 사회 문제를 낳는지 학습… 그 교훈 잊어서는 안 돼"
조영선 교사가 2017년 5월 교육지원청 앞에서 징계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조영선 교사 제공)
조영선(41세) 교사. 서울 영등포여고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조 교사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직 후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데 이어, 2015년 세월호 1주기 때 박근혜 퇴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교사선언(111명)에 참여했다
2015년 시국선언 때는 검찰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어머니가 수술중이어서 조 교사는 집에 없었고, 남편이 수색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간의 심경에 대해 조 교사는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교사직을 걸만한 일인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에는 위협이 강력했다. 감사실에서 수업에 못 들어가게 했는데, 학생들이 '왜 자유게시판 교사선언을 문제 삼느냐. 선생님은 정당하다. 저희들이 지켜주겠다'고 위로를 해줘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교사 선언과 같은 이런 과정이 투쟁을 계속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왜 제대로 구조되지 않았는지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시국선언이 사건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교사의 정치적 발언을 국가가 금지하고 탄압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뤄지는 게 정치적이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학생들한테 수학여행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되는 게 일상적 상식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게, 민주시민으로 키운다는 교육 목표와 맞지 않다. 학생 스스로 납득할 수 없고, 세상을 불신하고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보수정권 시절에 학생들이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세상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서로 얘기할 수 있게 적어도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나. 그러한 침묵과 억압이 어떤 사회 문제를 낳는지 국민적으로 학습한 거다. 적어도 촛불정부라면 그런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혜복, 조영선 교사처럼 시국선언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은 교사는 현재 112명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집행부 33명이 지난해 8월 2심에서 벌금 200만원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고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 경향신문 등에 시국선언 광고를 교사 79명은 2017년 7월 벌금 250만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에 계류 중이다.
시국선언 참여하지 않은 교사, 동명이인 교사 때문에 징계 받고 1·2심도 징계사유 인정 서울 동구마케팅고의 안종훈(46세) 교사의 경우 시국선언 참여가 징계 사유로 포함되어 대법원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파면)취소 소송'에 계류 중이다. 안 교사는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제 2차 교사선언(12,244명 경향신문 게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동명이인의 교사를 저라고 특정해 다른 사유들과 합쳐 파면했다"고 말했다. 교원소청심사에서는 "신문광고에 실린 이름이 청구인과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사유로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1· 2심 판결에서는 시국선언 참여를 징계 사유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안 교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져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2015년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제7부)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조회 결과 타 시도에 있는 동명이인의 교사가 해당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안종훈'이라는 이름이 시국선언 참여자 명단에 두 번 실려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징계사유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안은 학교에서 시국선언에 대해 단순히 명단 참여만으로도 정치행위로 간주해 징계 사유로 인정한 경우이다.
양승태 체제 대법원, '세월호 책임 대통령 비판' 공무원을 명예훼손죄로 공직 박탈
서울시청공무원 김민호씨가 2015년 6월부터 103일간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김민호 제공)
서울시청 7급 공무원 김민호씨(52살).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해직당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SNS상에서 정치인에 대한 품평과 사회적 현안에 대한 언급조차 해직의 근거가 된 것이다. 공직에서 박탈시킨 대법원 확정 판결은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2015년 12월 대법원 판결(사건 번호 2015도 9649)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50만원,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죄로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아 공직을 박탈당했다.
세월호 사건 직후 2014년 5월 11일과 13일,14일에 올린 글 3건이 화근이 되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난했다며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4년 11월 이 사건을 기소했다.
2014년 5월11일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선거 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직시장을 옹호하고, 5월 13일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비방하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5월 14일에는 "박그네가 한 일..."로 시작되는, '다음 아고라'에서 퍼온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김민호씨의 변호인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해경시켜 아이들 300명 죽이기'는 '**시켜 **하기'와 같은 반복된 형식을 빌린 '의견표명'에 해당된다.즉 대통령이 진실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분명한 책임추궁에 충실하지 않은 점을 상징적으로 비판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상고이유서는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자유와 선거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비록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의 제한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연 김씨가 세 건의 SNS 게시 행위를 한 것이 그로 인하여 공무원의 신분까지 박탈되어야 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그러한 처분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적당한 판결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승태 체제의 대법원은 이러한 상고이유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2심 판결대로 확정지었다.
공직 박탈 공무원, 자긍심 무너지고 갑자기 공황장애 겪어 대법원 판결로 공직을 박탈 당한지 2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6월 20일 김민호씨를 만났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묻자 먼저 해직되기 전 공직자로서 자긍심을 느꼈던 때를 회고했다. 그는 "20년 공무원 생활은 나름 보람 있었다. 시민에게 봉사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느꼈다. 일례로 구로공단역을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가리봉역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역명을 변경했다. 가리봉동은 노후하고 낙후된 지역에서 최첨단디지털단지로, 아파트형 공장으로 변화해 벤처 관련 기업이 많이 들어왔다. 역명 변경이 세상을 바꾸어 상전벽해를 이루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이어 힘든 과정을 털어놓았다. "그런 일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업무가 없다, 출근할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다. 오늘은 또 어디를 가야 하나, 집안의 가장으로서 별별 생각이 들었다. 분노가 치밀어 알콜에 의존하게 되고, 심리 치유도 받았다. 절에서 기도도 하고,공원에서 명상도 했다. 참 힘든 시기를 2~3년 거쳐왔다."
김씨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다수 공무원이 정치적 표현을 억압당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SNS상에서 좋아요도 못 누르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불과 2~3년 전에 있었다. 21세기 대한민국 대명천지에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심신의 고통을 겪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복직 특별법'에 한 줄기 희망 걸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0월 대통령 후보 시절 전국공무원노조 총회에서 축사를 통해 "해고된 분들의 복직과 사면복권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김씨는 해고된 공무원들을 복직시키는 법률이 발의된 것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수용을 해서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고된 사람들을 다시 복직시키겠다고 하니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는 복직되어 다시 일할 날을 꿈꾸고 있다. "다시 공직사회로 들어가서 역명 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관련된 의식주, 교육 등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또 되면, 더불어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시대에 맞게, 공공의 업무인 공무원의 역할을 희망해본다."
공무원노조가 출범한 2002년 이후 공무원노조 활동을 이유로 공직에서 해직된 자는 모두 136명에 이른다. 김민호씨처럼 '2009년 시국선언 및 표현의 자유'로 해직된 공무원은 5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0월 대통령 후보 시절 전국공무원노조 총회에서 축사를 통해 "지금까지 공무원노조 활동을 이유로 공직에서 배제된 해고자가 14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정부 정책에 단순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거나 시국선언 등에 참요한 것만으로도 형사고발을 당하고, 해임·파면 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 아팠다"며 "해고자 복직문제도 이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해고된 분들의 복직과 사면복권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공약한 바 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