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완구(전 국무총리)
3김 시대 마지막 생존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타계를 했습니다. 향년 92세. 그야말로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증인인데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공과 과, 명암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애도의 물결과 함께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는 거겠죠. 특히 정부가 무궁화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히는 걸 두고 정치권은 대체로 환영입니다마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립니다. 이완구 총리 연결하겠습니다. JP키즈로 불리는 분인 데다가 지금 한국당 상황 관련해서도 질문할 것들이 보이네요. 만나보죠. 이완구 전 총리님, 안녕하세요. 나와 계십니까?
◆ 이완구>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본 방문 중에 급히 귀국하셨다고요.
◆ 이완구> 네. 일찍 말씀 듣고 여행 취소하고 들어왔습니다.
◇ 김현정> 자민련 활동하시면서 김종필 전 총리, JP의 총애를 받으셨던 분. 그래서 별명도 JP키즈 아니십니까?
◆ 이완구> 야단도 많이 맞았습니다.
◇ 김현정> 야단도... 어떤 분으로 기억하세요?
◆ 이완구> 그 어른의 모습은 우리,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폐허를 딛고 지금 여기까지 오는 그 길. 그와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우리의 길이 그분의 길이었다.
◆ 이완구> 우리가 1961년부터 5.16이라는 정치적 과정을 거쳐서 한 18년 정도 산업화를 했고 그 후에 1979년 박정희 대통령 타계하신 후로 1998년 DJP 연합 때까지 그건 우리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접목이었죠, 한 20년. 그 이후에는 이 어른의 말년인데 한 18년... 돌아가실 때까지 해학과 풍류와 너그러움과 이런 것을 정치에 접목시킨, 그런 아주 복잡한 과정을 5-60년 거친 그분의 길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참 어록도 많이 만드셨어요, 그분이.
◆ 이완구>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게 제일 기억나세요, 어록 중에?
◆ 이완구> 글쎄요. 이번에 사무사(思無邪, 한 점 허물없는 생각)라든가 그다음에 지는 해는 벌겋게 서쪽으로 지겠다는 말씀이라든가 하도 많아서 거론할 수 없을 정도죠.
◇ 김현정> 저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이 얘기 기억나더라고요.
◆ 이완구> 저도 지금 공직 44년에 정치 24년인데 아직은 그럴 나이는 아닙니다마는 요즘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허업.
◇ 김현정> 참 공허한 거다.
◆ 이완구> 저도 국무총리까지 지내고 보니까 조금 허망과 허업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은 저는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마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정치를 일단 오래하셨던 분이고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분. 명암이 다 존재하는 분.
◆ 이완구> 우리의 모습이죠, 우리.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모습.
◇ 김현정> 많은 분들이 빈소를 방문하고 있는데 이낙연 총리가 빈소를 방문하고 정치 분야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국민 훈장 중에 최고 등급이죠. ‘무궁화장을 추서하겠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되는데 그전에 장이 치러지기 때문에 훈장을 먼저 수여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나중에 하겠다. 이렇게까지 지금 얘기를 한 상황. 그러자 찬반이 좀 엇갈립니다. 어떻게 보세요?
◆ 이완구> 글쎄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보고요. 단 하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양쪽 다 본인을 한번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인간이 모두 살면서 공과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공과가 있을 수 있고 명암이 있을 수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는 그렇게 인색하지 않습니다. 일본 같은 나라는 100여 명에 가까운 영웅들이 국민들 사이에 있는데 우리는 너무 인색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영웅에 대해서 영웅으로 추대해 주는 것에 대해서 인색하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자료사진)
◆ 이완구> 공과에 대해서, 공에 대해서 인색한 정서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때 찬성하시든 반대하시든 본인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라는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여러 가지 국가나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미친 점을 높이 평가를 하는 쪽으로 우리 정서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너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서 또는 과를 너무 들춰내고 공에 대해서 너무 인색한 거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에 특히 일본에 가보니까 정말 부러워요. 우리 백제에서 도래한 사람조차 다 영웅시해 주고 평가해 주는데... 참 우리 사회는 너무 남의 공에 대해서 인색한 거 아닌가.
◇ 김현정> 그런 생각이 드셨어요.
◆ 이완구>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양쪽 다 한번 본인의 살아온 인생을 평가해 보시기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공과 과라는 게 누구나 존재하고 명암이란 게 누구나 인생에서 존재합니다마는 지금 JP 같은 경우에는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고 독재 정권의 2인자였다는 점에서 국민 훈장, 그것도 최고 무궁화장까지 수여는 좀 과한 게 아니냐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이완구>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일리가 있는데 만약 이분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근대화에 기여를 못 했으면 우리가 스스로 평가하기를 이렇게 1인당 GDP가 100불 되는 나라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렇게 이룬 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라고 하면서도 그 산업화를 일으킨 장본인이, 주역이 JP인데 그걸 그렇게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물론 정치하는 분은 아니에요. 음식 평론가이시기는 합니다마는 황교익 씨가 쓴 글이 어제, 오늘 사이에 굉장히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분은 ‘이런 식이라면 전두환 전 대통령도 훈장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
◆ 이완구> 그거하고는 결이 틀리죠. 결이 틀립니다. 전두환 대통령하고 JP하고는 결이 틀린 것으로 보셔야지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되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훈장 추서를 놓고는 지금 청취자 문자도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정가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국민들 정서는 조금 달라서. 어쨌든 청취자분들 문자 주시고요, 이완구 전 총리 의견은 그렇게 알아듣고 한국당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전 총리님.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 출범 준비위원회를 어제 구성 했습니다. 준비위원장으로 안상수 전 의원 선임까지 마쳤어요. 그분 얘기는 이래요. “친박계가 반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계파싸움만 해서는 당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전부 다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준비위도 만들고 빨리 비대위도 출범시키고 해야 된다는 건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완구> 글쎄 저는 여러 매체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우리 한국당 또 이 보수 쪽의 어떤 정체성, 노선, 이념 같은 것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보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지금 현재 보수 야권에 있는 입장이 이렇게 편협하고 또 국민을 리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따라가기도 바쁜 이런 보수의 이념과 노선과 어떤 정체성인데 쉽게 말씀드려서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저거 내 건데 왜 보수 야당이 들고 나오지?’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그런 생각이 없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젊은 층이라든가 인재들이 우리 당에 오지 않습니다.
◇ 김현정> 파격이라면 어느 정도 파격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느 정도 파격?
◆ 이완구> 보수 쪽 야권이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것은 안보, ‘북한은 주적이다,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다.’ 이런 안보 쪽의 축과 성장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지금까지 존립을 해 왔어요, 존립의 근거가. 그런데 안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나중에 어떻게 될망정 현 시점에서 북한은 번영과 통일의 파트너로 지금 인식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 인식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재검토. 이걸 인정하고, 이걸 인정하고 나야 국민들 지지와 함께 또 젊은 층이라든가 우리 당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게 나오는 것이지 이런 것을 하지 않고 우리가 단순히 무슨 책임을 져라. 이런 식으로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래가지고는 젊은 피라든가 국민들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 김성태 권한대행이 추진하고 있는 비대위, 지지해야 한다. 일단 그쪽으로 뭉쳐야 된다라고 보시는 거예요?
2013년 12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휠체어를 탄 채 국회에서 열린 운정회 창립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이완구> 저는 계파를 지금 따지기보다도 김성태 위원장이 답답하니까 그랬겠지만, 저도 비대위원장을 해 봤습니다마는. 일단은 당을 안정적으로 추스려야 되니까 그 시급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만 수순이, 수순이 먼저 보수 야당의 정체성, 이념, 노선을 확실하게 해 줘야 그런 것들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그것도 비대위 꾸려가지고 지금 하자는 것 아닙니까, 김성태 대행은?
◆ 이완구> 단순하게 지금 그치는 것은 중앙당 해체라든가 기타 여러 가지 당내의 어떤 그런 것을 하자고 그러는데 우려하는 사람들이 이제 급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선 명확하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전제해 놓고 그다음에 가야 되는데 이 부분을 모호하게 해 놓고는 동력을 받기 어렵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초재선 의원들이 오늘 만난대요. 이게 상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초재선이 전체 의원수의 6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모임이 중요한데 사실 이 초재선 의원들 중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분들이 상당히 다수죠. 여기서 김성태 권한대행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릴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이 연판장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이완구> 저는 그 부분 찬성해 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마당에 누가 누구를 책임지라고 할 것입니까? 모두 다 책임입니다.
◇ 김현정> 모두 책임.
◆ 이완구> 모두 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또 싸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들은 아무리 당위성이 있다 하더라도 또 싸우는 야당, 또 싸우는 한국당. 신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두 다 내 책임이다라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거 대처를 해야지 다시 또 연판장 돌리고 너는 안 된다 그러고 너는 된다 그러고 이거 곤란한 얘기죠. 얼마 전에 초선 의원들이 중진들 책임지고 나가라 했는데 그것도 부질없는 얘기고 또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나가겠다고 하고 출마 안 하겠다는 사람들은 또 무슨 자세입니까? 따라서 그런 수사적인 얘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겸손한, 정말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스스로 돌아보는 그런 자세하에 아까 말씀드린 보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그 연후에 당내에서 화합하고 이렇게 가야 됩니다.
◇ 김현정> 비대위로 가야 된다고 보세요? 아니면 그냥 전당대회로 가야 된다고 보세요?
◆ 이완구> 전당대회는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전당대회를 하면 또 싸우지 않겠습니까? 대표가 돼야 되니까. 그런 문제가 있죠.
◇ 김현정> 짧게 하나만. 한국당 의원 전원 불출마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완구> 그거 정말 무책임한 자세예요. 그러면 제가 44년 공직에 있고 24년 정치를 했는데 이들 물러나면 누가 정치합니까?
◇ 김현정> 그런데 파격이라면 그 정도 파격은 돼야 되지 않겠느냐.
◆ 이완구>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한국당 국회의원 다 물러나면. 그러니까 우리 사회 이게 문제예요. 무조건 문제 되면 물러나라 하거든요. 물러나면 누가 정치할 겁니까?
◇ 김현정> 그건 아니라고 보시는군요. 그건 무책임한 거다.
◆ 이완구> 제가 44년 공직했는데도 정치를 잘 모르겠는데 이 사람들이 물러나면 누가 정치를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 사회, 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참 급해요. 너무 급하고 이런 식인데 일본의 경우는 나카소네 전 수상 아들이 국회의원이고 손자가 국회의원이고 고이즈미 총리 아들이 지금 4기 총리를 준비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정치를 장인화하고 있어요, 장인화. 전문가.
◇ 김현정> 이완구 전 총리님, 일본 이야기를 저희가 따로 한번 시간 내서 길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시간이 짧아서 일단 여기까지 말씀 듣는 것으로...
◆ 이완구> 아까 말씀드린 훈장 문제는 다시 한 번 한 말씀 올리면 나의 모습부터 생각해 보고 나서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 이완구> 인간은 누구나 다 공과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완구>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완구 전 총리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속기=>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