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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후 이케아 불매운동, 왜 우리는 즐기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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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이후 이케아 불매운동, 왜 우리는 즐기지 못할까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실수하거나 부진한 선수에 악플세례하는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2002 월드컵 4강 이후 높아진 눈높이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남은 독일전은 전체 270분 경기 중 90분 남았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2대 1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러시아=박종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끝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실수를 저지른 선수를 겨냥한 성토장이 된다. 선수·심판의 SNS 계정도 도 넘은 악플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조별예선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한 뒤 두 차례 결정적인 태클 미스를 범한 수비수 장현수가 비난의 표적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그를 향한 인신공격성 청원이 150개 가량 올라왔다. 이들은 "장현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라", "장현수의 군면제를 취소해 달라", "장현수 선수와 가족까지 대한민국에서 추방해주세요"라고 청원했다. 유튜브에는 '장현수의 실수장면 모음' 영상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지난 18일 스웨덴전에서 0-1로 패한 직후 일부 누리꾼은 편파판정을 문제삼아 당시 주심을 맡았던 호엘 아길라르(엘살바도르)의 SNS 계정에 욕설을 쏟아냈다. 결국 아길라르는 지난 20일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스웨덴과 전쟁을 하자"는 청원과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IKEA) 불매운동·세무조사 요청 글까지 올라왔다.

    왜 우리는 러시아월드컵을 축제처럼 즐기지 못할까.

    우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한 후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들 수 있다.

    윤영길 한체대(스포츠심리학) 교수는 25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구조적으로 봤을 때 2002년 월드컵이 부메랑이 되어 대한민국 축구를 옥죄고 있다. 이번 대회 지상파 3사 메인 해설위원(이영표·박지성·안정환), 대표팀 코치(차두리·김남일),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홍명보) 모두 2002년 대회 멤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도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경기력이 기준점이다. 그렇다 보니 이후 구성된 대표팀 전력은 항상 비교열위에 있고, 국민들이 대표팀 경기를 보는 재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영길 교수는 또 "축구는 다른 종목 보다 상대적으로 10·20대 젊은 남성이 많이 본다. 온라인 상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들이 월드컵을 즐기고 향유하는 또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2연패로 F조 최하위에 처져 있다.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오는 27일 독일전에서 2골 차로 이기고 스웨덴이 멕시코에 패하면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렇다면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까.

    스웨덴과 멕시코전은 패배는 잊고 독일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윤 교수는 "조별예선 1,2차전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전체 경기시간 270분 중 180분 지났고 아직 90분이 남은 상황에서 0-0이라고 생각하고 독일전에 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2연패 기억은 털어내고, 경우의 수도 머릿 속에서 지워라. '우리팀이 경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내 상황을 바꿀 수 있는가' 두 가지 생각에 집중해서 시합을 풀어나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민들은 무조건 승리에만 목매지 않았다. 공정과 배려, 최선, 존중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추구한 선수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윤 교수는 "1,2차전 모두 졌지만, 두 경기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다르다. 무기력하게 패한 스웨덴전을 혹평한데 반해 최선을 다한 인상을 준 멕시코전은 호평했다"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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